부동산
[단독] 집팔아 연금받는 매입임대, 다주택자 배제
입력 2017-12-18 17:29  | 수정 2017-12-18 20:05
지난달 29일 문재인정부의 첫 주거복지정책 청사진인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발표된 '연금형 매입임대' 신청자격이 1주택자로 제한된다. 연금형 매입임대는 노년·고령층 주택보유자가 거주 주택을 정부에 매각해 매각대금을 연금으로 나눠 받는 정책이다. 임대주택 확보와 노년층의 복지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그러나 매입 범위를 너무 좁혀 당초 정책 목표인 임대주택 확보의 실효성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때 노인층 복지를 위해 발표했던 '연금형 매입임대' 주택 신청 자격을 1주택자로 제한하기로 했다"며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아예 신청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연금형 매입임대는 기존 다가구주택 매입을 통한 임대주택 확보와 달리 도심 내 다세대·다가구·단독 등 노후주택을 매입한 후 LH가 이를 작은 면적의 다세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 청년층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이런 매입형 임대 등을 이용해 연간 평균 2만6000가구씩 5년간 총 13만가구의 매입형 임대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집을 판 집주인에게는 연금형태로 집값을 10~20년간 매월 분할해 지급한다. 집주인이 집을 판 후 거처가 없을 경우, 인근 지역 공공임대에 입주할 수 있는 입주권도 준다. 집주인에게 고정수입과 임대주택 입주권을 동시에 주는 형태다.

국토부는 애초 연금형 매입임대 대상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공공임대 입주권만 주지 않는 방향을 검토했지만 복지 차원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재산이 많은 다주택자들에게 주는 데 따른 논란을 우려해 1주택자로 제한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 제도는 노년에 집 하나밖에 가진 게 없는 취약층을 위해 공공주택 입주권과 연계한 '복지상품'"이라며 "공공 복지 수혜 대상을 다주택자까지 넓히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공공주택 입주권이 묶여 있는 패키지 정책을 다주택자에게 개방해주는 것은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청자격을 너무 좁히다 보면 본래 목적인 도심 내 공적임대 확보 실효성이 너무 떨어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연금형 매입임대는 주택보유자가 신청한다고 정부가 무조건 집을 사주지는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년층 수요가 높은 대학가·역세권·직장 출퇴근이 편한 지역 등 도심 요지 주택들이 매입 우선순위"라며 "수요가 낮은 지역은 매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LH와 정부가 골라서 '알짜' 입지 주택만 매입한다는 얘기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상당수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은 재개발이 진행된 상황이고 남아 있는 도심 다세대·다가구들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임대수익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 및 도시재생 전문 업체인 수목건축의 서용식 대표는 "LH가 이미 시행 중인 기존 주택 매입형임대는 자격 제한이 별도로 없음에도 서울에선 신청이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입 가능 주택이 거의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제도 활성화가 우선인 만큼 논란이 되는 공공주택 입주권은 다주택자에게 부여하지 않더라도 연금형 매입만 별도로 적용해서 임대주택 확보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의 경우, 연금형 매입임대가 아니라 한꺼번에 돈을 받고 파는 일반 매입임대가 이미 있다"며 "단순히 집을 파는 목적이라면 일반 매입임대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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