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에 5.1㎝의 눈이 내려 출근길 혼잡이 빚어졌다. 눈이 출근 시간 집중적으로 쏟아졌지만, 서울시는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이곳저곳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면목동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김모씨(53)는 새벽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할 뻔 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3m 정도 차가 밀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른 아침이라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라며 "날씨가 더 추워지면 다 빙판길이 될텐데 이런 도로에서는 만원 더 벌려다가 백만원 더 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일찍 퇴근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중구로 출근하는 이모씨(28)는 출근 시간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그는 "월요일은 원래 조금 일찍 나오는 편인데 오늘은 40분 일찍 일어나도록 알람을 맞추고 잤다"며 "덕분에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아침에 제설작업이 제대로 안 돼 있어 골목길을 빠져나오는데 고생했다"고 말했다.
제설 작업의 흔적이라도 남아있는 대로변과 달리 좁은 주택가 골목은 곳곳이 위험지역 투성이였다. 다세대 가구들이 밀집해 있는 강서구 화곡동 골목 경사로는 빙판길에 넘어지지 않으려는 노인들의 느린 걸음으로 채워졌고, 오르막 길은 비상등을 켠 차량들로 정체돼 있었다. 출근 시간엔 가뜩이나 짧은 좌회전 신호에 겨우 3대 정도가 주택가 진입로로 들어설 수 있었다.
서울시는 곳곳에서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민원이 들어오자 3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부분적으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시 제설 관계자는 "월요일 가장 교통량이 많은 날, 정확히 출근 시간대에 예고된 눈이 단기간 집중적으로 쏟아져 제설작업이 일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는 전날인 17일 기상청이 서울 지역에 5㎝ 가까운 눈이 내릴 것으로 예고하자 밤 10시 제설 1단계 경보를 내리고 상황실을 꾸려 새벽 1시반부터 제설 작업에 들어갔다. 자치구 포함 3500여명의 인력과 1150여대의 장비를 동원했다.
문제는 이날 오전 8시반부터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 1㎝ 가량만 쌓였던 눈이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서울 강동구 지역에서는 8㎝ 가까운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기상청도 사전 예고 없이 오전 9시가 돼서야 대설주의보와 특보를 발표하고 적설량을 기존 1~3cm에서 2~7cm로 수정했다.
갑작스런 폭설에 미리 뿌려놓은 제설제는 눈과 섞이며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급한 대로 손으로 제설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쌓여가는 눈을 녹이기에 역부족이었다. 새로 제설작업을 하려고 차량을 투입하려 했지만 출근 시간 차량들에 맞춰 제설 차량들은 도로에 갇히고 말았다.
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이처럼 단기가 급작스럽게 눈이 쏟아져 기상청의 예고 없이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건 이번이 두번째"라며 "폭설에 대응할 시간이 촉박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설 관련 전문가들은 시가 매년 폭설 상황을 맞고 있고, 지난달 15일에는 폭설에 대비한 재난안전대책본부까지 가동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폭설 대비 대책본부를 만들어놓고도 급작스런 상황에 허둥지둥한 건 서울시 내 제설 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대책본부 내 매뉴얼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제관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