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내년에는 제약업계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의약품 품질 향상, 윤리경영 국제표준 인증 도입 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원 회장은 18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는) 제약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많이 끌어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내년 제약바이오협회의 중점 사업계획으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한 AI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추진 ▲품질 혁신을 통한 기업 경쟁력 향상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 ▲윤리경영 확립과 유통 투명성 제고 등을 꼽았다.
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내년 초 AI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추진단을 구성해 가동할 계획이다. 단장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을 맡았던 이동호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내정됐다. 추진단 예산은 제약바이오협회와 보건산업진흥원인 반씩 부담할 계획이다.
원 회장은 "점점 더 신약 (개발) 성공률은 낮아지고 비용은 증가하는 추세"라며 "AI를 활용하는 게 아니면 비용과 시간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기 위한 문헌 조사 작업을 사람이 하면 4~5년이 걸리지만 AI를 도입하면 이 과정을 6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약을 개발한 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팔기 위해서는 품질이 좋은 의약품을 생산할 설비가 필요하다. 원 회장은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제약 선진국 수준으로 의약품의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품질혁신이 이뤄져야만 14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제약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 사례로 대웅제약·서울제약이 충북 오송에 미국이 인정하는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cGMP)급 공장을 신설한 것과 셀트리온·한림제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를 통과한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 "(의약품 품질 혁신은) 우리 국민들 건강과도 직결되는 과업"이라며 제약업계는 지금까지 상당 수준의 기술적 향상을 이뤄냈지만 글로벌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품질을 혁신시킨 제약사들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아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정부·협회와 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원 회장은 "복제약 쪽으로도 해외시장에 진출할 만하다"며 "특히 CIS 지역은 2억500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데다 한국 기업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평판이 중요하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최근까지도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로 유력 제약사 오너가 구속되는 홍역을 치렀다. 이에 제약바이오협회는 이전까지 추진했던 자율규제(CP)보다 더 강한 반부패경영시스템 국제 인증인 ISO37001 도입을 들고 나왔다. 한미약품이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ISO37001 인증을 획득했다.
원 회장은 "ISO7001 인증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투명 경영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과정에서) 업계 스스로 상당한 아픔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할 길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산업 육성 지원책을 요구했다. 원 회장은 ▲R&D 투자지원 규모 확대와 효율적 배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한 세제 지원 확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의 사용 촉진 제도화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 보험약가제도 운영 등을 요청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