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고 317일간 사경을 헤매다 숨진 농민 고(故) 백남기 씨가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지 49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중앙대학교는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교내 대학원건물에서 백씨에 대한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을 개최했습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창수 중앙대 총장, 고인의 부인 박경숙 씨와 큰딸 백도라지 씨 등 유족, 더불어민주당 김영진·노웅래 의원, 교수·학생 등 약 100명이 동석했습니다.
부인 박 씨는 행사 중간중간 고인이 떠오르는 듯 눈물을 훔쳤습니다. 고인의 중앙대 재학 시절 함께 학생운동에 앞장서며 가깝게 지냈던 동기와 선후배 10여 명도 참석해 상기된 얼굴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어 고인 약력소개와 명예졸업증서·공로패 수여식이 거행됐습니다.
고인의 친구이자 민주화 운동 동지인 중대 신문방송학과 69학번 이명준 씨는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며 "교내 의혈탑에 '백남기 동상'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중앙대에는 1960년 4·19혁명 때 숨진 학생 6명을 기리는 의혈탑이 있습니다.
명예졸업증서를 받은 고인의 딸 도라지 씨는 "아버지께서 종종 중앙대 얘기를 하셔서 선후배들이랑 잘 지내셨을 거라 짐작하지만, 이제 계시지 않으니까 맞냐고 물어볼 수는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 졸업장 받는 기분도 여쭤볼 수가 없지만, 아마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다. 학교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1947년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난 백 씨는 광주서중·광주고를 졸업하고 1968년 이 대학 행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교내 유신 철폐 시위를 주도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1980년 계엄군에 체포되면서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1981년 석방 후 귀향해 농업에 종사한 그는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장·전국 부회장을 역임하며 농촌살리기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지난해 9월 25일 운명했습니다. 정부는 약 1년 뒤인 올해 9월 19일 사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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