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자 폭행이 정당방위라던 조기숙 前 수석, `사실관계도 파악 못했다` 비난에 뒤늦은 사과
입력 2017-12-16 02:15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단 '집단 폭행' 사건과 관련해 15일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경호원의 정당방위 아닐까요"라고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폭력사태 조사결과를 지켜봅시다. 한국 기자가 경호라인을 넘어 중국 경호원이 폭행한 것으로 진상이 밝혀진다면 한국 언론은 대통령 경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중국 경호원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집단 폭행'을 옹호하는 글이 올라오자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교수의 냉철함에 감탄한다. 폭력 사태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냉정한 이성을 놓지 않았다"며 "이른바 기레기짓을 한 한국 언론들은 얻어터져도 싸다는 그 판단이 문재인 방중단과 청와대의 기본 인식이 아니기만을 소망해본다"고 비판했다.
일단 조 교수의 '한국 기자가 경호라인을 넘었다'라는 지적은 사실 관계와 다르다.
14일 한국 취재기자단에 대한 중국 경호원의 폭행이 벌어졌을 때 한국 기자단은 신분을 입증할 수 있는 '비표'를 지참하고 취재를 진행했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등의 잇따른 규탄 성명서를 통해 충분히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조 교수는 "경호원이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인지 기자인지 어떻게 구분을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대통령 순방 일정에 동행할 때 신분을 증명하는 비표는 청와대에서 제작·관리한다. 청와대에서 신분을 보장한 비표를 지참한 기자에게 '어떻게 구분을 하겠느냐'고 하는 것은 청와대의 출입 기자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또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욕먹고 중국 경호원에게 맞는 것도 직업적 열정의 결과니 자랑스럽게 받아들이시기를"이라는 등 폭행 피해자들을 향해 '조롱성 발언'까지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역시 순방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취재진 활동 보장을 요청한만큼 조 교수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는 14일 사건 발생 직후 "행사 시작 전 문 대통령 주변 3m 이내로 (기자들이) 들어 오지 않는 한 취재진의 활동을 보장해 달라고 공안 측에 요청했다"며 "공안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폭행을 당한 두명의 사진기자 역시 청와대 사진기자단을 대표해 문 대통령을 현장 취재하는 풀기자 신분으로 현장에 있던 터라 과열 경쟁을 벌일 상황도 아니었다. 사건 현장에 있던 한 국내 취재기자는 이와 관련 "중국 측 경호원이 문 대통령에 대한 취재진의 접근을 과도하게 막아 3m는커녕, 문 대통령의 발언을 알기듣기 힘든 거리까지 밀려나 있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취재를 계속 제한했고, 결국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청와대 관계자 중 한 명이다. 이같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글을 올린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조 교수는 이날 저녁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기사보다는 SNS로 소식을 접하다보니 기자가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켜 사과드린다"며 "기자를 제지하는 수준에서 몸싸움이 오간 정도로 생각했는데 폭력이 그렇게 과도한지 몰랐다. 피해 기자분들께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청와대의 국정 운영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본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현직 교수가 단순히 SNS만 확인하고 무분별한 글을 올린 것에 대한 비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베이징 = 오수현 기자 / 서울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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