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교육이 싫었어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전 영역 만점을 받은 심지환(19·경기도 광주시)군에게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미인가 대안학교에서 이수한 것. 올해 수능에는 대안학교 졸업 후 검정고시를 치르고 응시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만점자는 재학생 7명, 재수생 7명, 검정고시 1명으로 그 중 검정고시 출신 유일한 만점자가 심군이다.
심군은 일반 학교를 놔두고 대안학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입시 위주의 제도권 교육에 염증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심군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때 참석했던 중학교 설명회 때문이다.
심군은 설명회에서 "우리 중학교가 좋은 이유는 학생들을 특목고에 많이 보내기 때문"이라는 학교 측의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심군은 그 당시의 느낌을 "허망했다"고 표현했다. 좋은 학교로 평가받는 이유가 고작 입시 실적 때문이라는 점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고 이는 대안교육을 선택해야 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철학, 인문학 중심의 대안교육을 받으면서도 미래 진로에 대한 고민은 계속 심군을 괴롭혔다. "우리나라에서 대학까지 포기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제도권 교육이 싫어 떠나왔지만 여전히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는 심군이 다시 수능에 도전하게끔 만들었다.
심군은 국어, 영어, 수학 나형, 한국사에 세계사와 동아시아사, 아랍어1을 선택해 공부했다. 초반에는 동네 도서관을 다니며 하루 8시간씩 혼자서 공부했다. 하지만 심군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혼자서 해보니까 학습능률이 너무나 떨어지고 관리가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는 무엇보다 시험을 함께 준비하는 친구·동료들 없이 혼자 공부하는 데서 오는 '외로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여태껏 대안교육을 받아온 터라 수능 대비에 필요한 학습자료가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심군은 고심 끝에 지난 1월께 입시학원으로 향했다.
그 이후에는 철저히 학원 시간표에 따라 공부에 임했다고 한다. 밤 11시에 취침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 매일 학원에서 14시간을 공부했다.
특별한 공부방법이 있냐는 질문에 심군은 "비법이라고 할 만큼 특별한 공부 방법은 없었다"고 답했다. 수능 시간표에 맞춰 생활한다든지 기출문제 등 모의고사 오답노트를 만든다든지, 이미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다만 심군은 "문제풀이 중에 단 한번이라도 막혔던 문제가 있으면 무조건 따로 정리해뒀다"는 팁을 전했다. 심군은 "자신이 선택한 풀이과정은 무엇인지, 어떻게 그런 풀이과정이 나왔는지, 논리 전개상 오류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군은 현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정시 입학을 준비 중이다. 장래희망을 묻자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지만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대학을 다니며 확실히 진로를 정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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