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다주택자 버티기 가능성…집값은 눈치보기
입력 2017-12-13 17:40  | 수정 2017-12-13 20:01
정부가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다주택자들이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가 한산하다. [한주형 기자]
임대사업 등록 활성화 시장영향
8·2 부동산 대책 때 예고됐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 13일 발표됐지만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센티브 적용 범위 확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데다 대책 발표 시점이 너무 늦어져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처분할 시간이 촉박해졌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한 다주택자가 이번 대책의 주요 인센티브 중 하나인 임대소득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임대주택이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도 6억원 이하여야 한다. 8년 이상 임대주택을 유지할 때 제공되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배제 역시 대상이 수도권 6억원, 비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배제도 동일한 가격 상한선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에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봤자 세금 혜택의 상당 부분은 놓치게 된다.
서울 집값이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 강남3구와 타 지역 역세권에선 30평형대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대부분 6억원을 웃돈다. 20평형대 이하 소형 아파트는 그나마 6억원 미만 물량이 있지만 시가 대비 지나치게 낮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 현 정부의 기조여서 앞으로 6억원을 돌파하는 소형 아파트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의 전·월세난을 해결하려면 이 가격 장벽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번 대책에 거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조정대상지역은 크게 상관없지만 서울, 특히 강남은 공시가격 6억원이라는 장벽이 있어서 임대사업자 등록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등록 임대사업자가 늘어나지 않으니 세입자 체감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집을 팔기도 여의치 않다. 다주택자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면 내년 3월 31일까지 비거주용 주택을 팔아서 잔금까지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서 작성부터 잔금 완납까지 통상 한 달 반에서 두 달이 필요하다. 1~2월은 이사 비수기여서 이달 안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
또 세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양도차익이 1억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양도소득세율이 올해보다 2%포인트 높아진다. 양도차익이 2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올해 계약하고 잔금까지 치르면 4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내년 3월까지를 서울 입성의 기회로 노리고 있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는 매물을 만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나마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하는 실수요자보다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자산가 고객들 사이에서 주택을 팔겠다는 의뢰는 거의 없는 반면 급매로 나오는 아파트를 매수하겠다는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주택자들이 팔지도 않고 임대사업자 등록도 않은 채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올해 4월(KB 시세) 6억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집값이 물가 수준만큼만 올라도 평가이익이 크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인 1%를 대입하면 두 채의 평가이익은 1200만원에 이른다.
비수도권 청약조정대상지역인 부산 일부와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타격이 예상된다. 이 두 지역은 서울과 달리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사람의 비율이 서울에 비해 높다. 지역 특성상 전용 85㎡ 초과 중대형 주택이 많아 이번 세제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한다 하더라도 8년 이상 보유할 유인이 작다. 이 같은 이유로 매물이 쏟아지면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같은 청약조정대상지역 사이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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