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려 먹는 컵라면보단 끓여먹는 라면이 훨씬 맛있잖아요"
입력 2017-12-13 17:33  | 수정 2017-12-14 18:08
최창호 캔 대표
최창호 캔 대표

"뜨거운 물에 면을 불리는 컵라면도 맛있지만, 역시 라면은 끓여 먹어야 제맛이죠. 한국사람이라면 그 맛의 차이를 아니까, 언제 어디서든 라면을 제대로 끓일 수만 있다면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봤죠."
라면조리기 제조업체 CAN(캔)은 지난 2012년 말 문을 열어 이제 만 5년을 넘긴 신생회사다. 엔지니어 출신 최창호 대표(62)가 직접 부품 수급부터 제조 공정까지 챙긴 덕분에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최근에는 연 매출이 6억원을 넘어서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최 대표의 사무실 모습은 예상을 빗나갔다. 큰 가죽 소파와 책장 가득 쌓인 책은 커녕 지금까지 수없이 디자인을 바꿔온 이전 기기들과 부품 박스, 라면을 직접 끓여 먹어볼 수 있는 테이블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도 제품 출고 전에는 반드시 기기를 일일이 살핀다는 그를 지난 7일 캔 본사(경기 안양시 평촌동 두산벤처다임 내)에서 만났다.
최 대표가 라면 조리기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남다르다. 대표가 사업 아이템을 먼저 구상한 게 아니라 투자자들이 엔지니어 출신 최 대표에게 SOS(구호요청)를 보낸 결과였다. 라면조리기가 물을 끓이는 단순한 기계처럼 보일지 몰라도 와류와 수압, 온도 등에 오차에 없어야 한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한강 인근 편의점이나 피시방 등에서 라면조리기를 쉽게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굉장히 생소했다"며 "이전에 알루미늄 제조업을 해봤던 만큼 기기와 용기부터 제대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제품 개발에 임했다"고 말했다.
즉석식품조리기(라면조리기)에서 라면이 만들어지는 모습
제품 금형설계는 고재규 명장이 맡았다. 택배를 이용해 제품을 배송하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내부를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든다. 덕분에 해외 배송에서도 단 한 번의 사고가 없었다. 제품은 현재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대만 등 동남아를 비롯한 각국으로 수출된다. 최근에는 동남아 소재 편의점 업체에서 시범 발주가 있었다.
조리기 가격은 약 35만원. 일회용 용기는 120원 수준이다. 소비자가 직접 조리하고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인건비가 없는 반면, 계란을 더 넣거나 음료를 구입하는 등 라면을 끓이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낀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했다.
최 대표는 즉석식품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라면조리기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인덕션 레인지와 전기온수기가 내장된 즉석식품 조리기인 만큼 식품업체와 협력해 국수와 떡볶이, 누룽지탕 등이 가능하도록 소스와 재료, 전용 용기를 개발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최 대표는 내다봤다.
최 대표는 "쉽고 빠르게 간편식을 만들 수 있는 가정용 제품 출시도 기획 중"이라며 "정수기가 있는 곳, 수도만 있는 곳, 물이 없는 곳 모두 직접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해 조리 가능 식품이 늘어날수록 해외 진출 역시 본격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김제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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