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로또가 된 아랍어' 수능 아랍어 쏠림 현상 심화...왜?
입력 2017-12-11 17:29  | 수정 2017-12-18 18:05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 쏠림 현상이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1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18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Ⅰ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5만1천882명으로 영역 전체 응시자(7만630명)의 73.5%에 달합니다. 응시자 4명 중 3명이 아랍어를 선택한 것입니다.

아랍어를 정규교과 과정으로 채택한 학교가 6곳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아랍어 쏠림' 이 점차 심해지는 이유를 수험생들은 '아랍어 로또'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아랍어 응시 비중은 지난해 수능에서 71.1%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 다시 2.4% 포인트 증가하면서 영역 전 과목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아랍어 과목이 수능에 포함된 것은 선택형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부터입니다. 아랍어가 처음부터 인기 과목이었던 건 아닙니다. 첫해 아랍어 응시자는 531명뿐이었습니다.

2005학년도 수능에 앞서 치러진 9월 모의고사에서는 단 1명만 아랍어 시험을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응시자가 많지 않은 데다 조금만 공부해도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소문이 나기시작하며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2016학년도에는 2천184명으로 늘어나더니 2007학년도 5천72명, 2008학년도 1만3천588명, 2009학년도 2만9천278명 등으로 증가세가 이어졌습니다.

2016학년도에는 제2외국어·한문 영역 응시자 전체의 52.8%인 3만7천526명, 2017학년도 때는 71.1%인 5만2천626명이 아랍어 시험을 봤습니다.


응시자가 늘고 아랍어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시험의 로또화(化)'로 이어졌습니다.

백분위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 안에 든 학생에게 일정 등급을 주는 상대평가에서 아랍어 시험은 응시자가 몰릴수록 '운만 좋으면 좋은 등급을 받는 시험' 성격이 더 강해졌고, 그럴수록 응시자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다른 제2외국어인 일본어나 중국어, 한문 등의 과목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어릴 때부터 공부해 온 응시자가 많아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 실력자가 아닌 응시생들은 꺼려하는 분위기 입니다.

아랍어의 경우는 상당수 응시자의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점을 믿고 선택하는 수험생이 많습니다.

아랍어를 정규교과 과정으로 채택한 학교가 6개 정도밖에 안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응시생 가운데 상당수는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조금만 공부해도 다른 응시생들과의 격차를 벌이기가 쉽고, 공부하지 않고 찍어도 다른 외국어 과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높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수능에서도 아랍어 1등급 구분점수(컷)와 2등급 컷은 각각 81점과 57점으로 24점 차이가 났다. 보통 2∼3점, 많아야 6점(한문Ⅰ)인 다른 과목에 비해 그만큼 등급 따기가 쉽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교육당국도 오로지 점수만을 위해 아랍어를 택하는 비교육적 현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아랍어 로또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2외국어에도 절대등급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로 폐기되기는 했지만, 교육부는 지난 8월 발표한 개편 시안에서 2021학년도 수능부터 아랍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한문 영역 과목에 절대평가 적용 방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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