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섀도보팅 폐지 코앞…상장사들 발 '동동'
입력 2017-12-09 17:09  | 수정 2017-12-16 18:05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이 올해 일몰 폐지되면서 당장 내년 봄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는 상장사들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습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섀도보팅(shadow voting)은 주총에 불참하는 주주의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주총 참석 주주의 찬성과 반대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 의결합니다.

의결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열리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습니다.

2014년 말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저조하다는 현실론이 받아들여지면서 3년간 일몰이 연장됐습니다.


대신 금융당국은 상장기업에 전자투표 서비스를 도입하고 모든 주주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12월 결산 상장법인 가운데 올해 정기 주총 때 전자투표를 행사한 비율은 주식 수 기준으로 1%대에 불과했습니다.

3년의 유예 기간이 있었으나 주주의 의결권 참여는 여전히 저조한 상태입니다.

상장사들은 한 달도 채 안 남은 섀도보팅 폐지를 앞두고 다시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상법상 주총 개최를 위해 최소한 발행주식 총수의 25%만큼 주주들이 참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재계에서는 당장 정기주총이 몰린 내년 3월 의결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상장사가 속출해 혼란이 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섀도보팅을 연장할 수 없다면 현행 상법상 '3% 룰'이라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3% 룰은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입니다. 국회에서도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몇몇 법안들이 추진됐습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주총 의사정족수 부활과 출석주식 수 기준 결의를 골자로 하는 상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섀도보팅 폐지 시점을 전자증권제도 시행 때까지 연장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발전과 소액주주의 권리를 위해 섀도보팅 재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주총 무산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는 등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상장법인의 피해를 덜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상장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가 주총에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를 1년 안에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됩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섀도보팅 일몰로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문화가 개선되는 등 자본시장에 긍정적 변화가 예상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주총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 증권 유관기관과 '상장회사 주주총회 지원 TF'를 구성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소액주주 참여를 위해 노력한 상장회사들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 폐지되지 않도록 상장규정 개정 등 제도개선 작업도 차질없이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