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점 대비 5배 오른 BDI…조선업계, 벌크선 건조서 답 찾을까?
입력 2017-12-06 14:47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가 저점 대비 5배 이상 오르면서 조선업계가 벌크선 건조 분야에서 불황 타개의 답을 찾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크선 건조는 컨테이너선·유조선·가스운반선 대비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낮아 한국 조선업계는 지금까지 벌크선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조선업계가 저가를 내세워 고부가 선종을 짓는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벌크선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6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9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BDI 지수는 최근 1626포인트까지 올랐다. 21개월만에 5배 넘게 뛰었다. BDI는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다.
BDI가 오른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해운업계 불황으로 선박의 신규 발주가 줄어든 반면 중국을 향하는 원자재 수요는 늘어난 데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8억1672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월간 기준 처음으로 철광석 수입량이 1억t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벌크선 공급 감소는 내년이 절정일 것으로 전망됐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벌크선 인도량은 올해 대비 절반 수준"이라며 "(벌크선 운송) 수요는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도 BDI는 강세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최근 대규모 벌크선 발주도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채굴업체인 브라질 발레사가 여러개의 해운사들과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용선 계약을 체결하면서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발주가 잇따라 나왔다.
발레사는 모두 40척의 VLOC 용선 계약을 새로 맺었지만, 이 중 한국 조선업체의 몫은 절반이 채 안 되는 19척에 불과했다. 국내 해운업체가 40척 중 27척의 용선계약을 따낸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팬오션, SK해운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 조선소에 각각 6척, 2척의 VLOC 건조를 맡겼다.
이에 지난달 30일 열린 '조선·해양의 날' 행사 현장에서는 우리 조선업계도 적극적으로 벌크선 수주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전까지 부가가치가 낮고 기술적으로 중국 조선소 대비 차별화를 하기 힘들어 국내 조선업계는 벌크선 수주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수주 부진의 여파로 향후 1~2년간 실적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조선업계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올해와 내년 73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이날 공시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벌크선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낮은 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선박 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가 벌크선에도 적용되고 있고, 환경규제도 강화될 예정이라 기술력으로 중국 조선소들의 저가 공세를 물리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선박이라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통해 중국 조선업계와 경쟁해볼 만하다"며 "오는 2020년부터 시작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주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발주하면 기술적으로는 한국 업계가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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