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정치개입 혐의와 관련된 피고인들의 구속적부심 석방에 대한 현직 부장판사의 돌출 발언을 놓고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올 4월 일부 판사들의 정치 공세로 불거진 사법부 내 동요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도 잠잠해지지 않은 채 정치권과 학계로 번지고 있다
4일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7)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5기)의 발언에 대해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52·19기)은 논외로 하고 김 부장님의 페북 게시는 저 같은 일반인에게는 정치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부장판사는 지난 2일 본인 페이스북에 김관진 전 국방장관(68) 등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한 신 수석부장판사를 겨냥해 판결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올렸다. 또 신 수석부장을 비판하는 여론에 맞서 ‘법관의 독립'을 강조한 김 대법원장도 함께 비판했다.
신 교수는"내게는 구속적부심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등을 풀어준 신 수석부장이나, 이에 대한 언론의 재판결과 비난에 법관독립을 강조한 김 대법원장이나,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들을 비난하는 글을 게시한 김 부장이나 모두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재판한다며 비난 받던 사법부가 새 수장을 맞아 안정을 찾아나가는 것도 바쁠텐데 밖으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며 떠드는 형세가 몹시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 "그들 간의 내부적 진통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교수 지적대로 김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을 통해 충분히 토론이 가능한 사안을 일방적 주장만을 담은 채 SNS를 통해 공개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
아울러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추가조사위원회가 법원행정처 컴퓨터를 당사자 동의 없이 저장·복사한 것을 놓고도 정치권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57·경기 남양주병·23기)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가조사위의 최근 행보를 두고 "영장주의 위반 등의 절차적 위법성뿐만 아니라 비밀침해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사법부를 대표하는 행정처에서 저질러졌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부가 자의적으로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불법 행위에 앞장섰다"며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의 불법적인 행태를 즉시 멈추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태훈)은 서훈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직원법상 국가기밀 누설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국정원이 메인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민간인이 포함된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에 제공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법원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구속적부심에 대한 비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오직 사법권의 독립만을 절대명제인양 강조했다"며 김 대법원장을 비판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 전직 법원장은 "전임 대법원장 때부터 일부 법관들이 주도한 혼란 상황이 새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는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라서 김 대법원장의 부담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