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년 업황 나아진다는데…" 조선업계, 중국 저가 공세에 속앓이
입력 2017-12-04 13:37 

조선업계가 내년 발주 시장은 올해보다 더 나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중국·싱가포르 조선소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75억달러와 65억달러인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 10월까지 모두 채우고, 추가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9일 캐나다 선주로부터 셔틀탱커 2척을 2억4000만달러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장금상선과 초대형유조선(VLCC) 2척에 대한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90억달러 이상의 수주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는 내년에도 발주 시장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대표는 지난 1일 열린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서 "내년은 (조선업황이) 올해보다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겪었던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의 세계 선박 발주량은 1298만CGT(재화환산톤수·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로 지난해 연간 발주량 1280만CGT를 넘어섰다. 지난달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716만CGT다.
업황 회복 조짐에도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조선업계가 저가를 내세워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선종의 수주전에서도 일감을 가져가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선사인 팬오션은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지난달 30일 중국 조선사와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건조 계약을 맺었다. 팬오션의 VLOC 발주는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 발레사와의 운송 계약에 따라 이뤄졌다. 발레사는 최근 국내 해운업체들과 VLOC 27척의 운송 계약 새로 체결했지만, 이 중 한국 조선업체의 몫은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17척에 불과하다.
대우조선은 지난 10월 '저가 수주'라는 눈총을 받으며 노르웨이 오일업체 스타토일이 발주한 해양플랜트 하부구조 입찰에 5억7500만달러를 써냈지만, 일감은 싱가포르 2위 업체 샘코프마린이 가져갔다. 샘코프마린은 4억9000만달러를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프랑스 CMA-CGM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의 건조를 중국 조선소에 맡겼다. 이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으로 건조될 예정으로, 중국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세계 최초 LNG추진 컨테이너선 건조'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중국 조선업체가 저가를 내세울 수 있는 이유는 낮은 인건비와 정부 지원에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맡기는 해외 선사에 금융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한국보다 인건비 수준이 높은 싱가포르의 해양플랜트 업체들은 가까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노동자들을 데려와 건조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 참석한 조선업체 CEO들은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도 기술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방법을 알면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더해 미래 선박 분야에서는 우리 조선업계가 유럽 조선업체들에 뒤쳐져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유럽 지역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의 시제품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지만 우리 조선업계의 기술력은 선박 운항 상태를 감시하고 연료를 아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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