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승장에 펀드원금 까먹다니…특정업종 편중 부메랑
입력 2017-12-03 17:14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까지 가파른 랠리를 펼치고 있는데도 아직 원금조차 회복하지 못한 국내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비율이 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43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39개가 '마이너스 펀드'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펀드는 2008년 5월 나온 삼성KODEX기계장비 ETF로 설정일 대비 지난달 30일까지 -78.82%의 손실을 입은 상태다. 특정 업종만 주로 담은 펀드는 산업 자체가 무너질 때 수익률이 속수무책으로 곤두박질치는 취약한 구조라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 시에는 분산투자가 잘된 펀드를 고르고, 변동성이 높은 개별 업종 특화 펀드는 단기 투자 목적으로 방망이를 짧게 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3일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설정액 10억원 이상 643개 국내 주식형 펀드·ETF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39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몇 번의 출렁임을 이겨내고 반드시 수익을 돌려준다는 세간의 속설과는 적잖은 거리가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처럼 쌍끌이 장세로 증시를 끌고 간 가운데 아직 원금조차 회복하지 못한 '최악 펀드' 비중이 6%에 달해 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39개 마이너스 펀드 중 ETF만 18개에 달해 비중이 46.1%로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전수조사한 643개 펀드 중 ETF는 총 123개로 비중이 19.1%에 불과한데 마이너스 펀드만 따로 떼어놓으면 ETF 비율이 확 올라가는 것이다. 이는 ETF를 만들 때 특정 업종에 특화된 상품을 만드는 경향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TF는 통상 값싼 수수료를 기반으로 투자자가 분산투자하기 좋은 수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지수를 추종한 결과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는 수익률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적극적으로 종목을 교체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는데, ETF는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것 외에는 대응 방법이 없어 리스크 관리가 힘들다는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에 돈을 묻어놓으면 시간이 갈수록 수수료를 아낀 비용으로 투자 수익률이 높아질 거란 'ETF 만능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며 "특정 업종만 담은 일부 ETF의 경우 오히려 액티브 펀드 대비 위험이 훨씬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ETF를 만들 때 업황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면 산업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수익률 그래프가 덩달아 바닥으로 추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4월 나란히 출시된 미래에셋TIGER200중공업 ETF와 미래에셋TIGER200건설 ETF는 설정 이후 각각 -56.86%와 -61.74%의 수익률 기록해 원금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통상 업황이 좋을 때 이를 추종하는 ETF가 우후죽순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자칫 이때 베팅에 나선다면 꼭지를 잡을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2009년 10월 나온 삼성KODEX건설 ETF와 2011년 4월 나온 삼성KODEX운송 ETF 수익률이 각각 -44.33%와 -56.20%를 기록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액티브 펀드 중 최악 수익률을 기록 중인 상품은 2011년 5월 나온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된 지 6년6개월이 지났지만 수익률은 -41.81%로 역주행하고 있다. 이 역시 현대차그룹에만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약관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2011년 현대차 주가는 주당 25만원 안팎에 거래되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후 업황이 빠지고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현대차 주가는 지난 1일 주당 16만1500원에 마감했다.
다만 '역발상 투자' 관점에서 설정일 대비 수익률이 많이 빠진 상품 중에서 투자를 검토할 시기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2~3년에 걸친 사이클을 타고 업종 주가가 출렁이는 주식시장 특성을 볼 때 바닥을 찍고 수익률이 상승하는 반전 매력을 뽐낼 만한 시기가 왔다는 관점에서다. 실제 2007년 출시 이후 수익률이 -26.52%를 찍은 키움작은거인2호펀드는 연초 대비 22.95%의 양호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5월 나온 삼성KODEX증권주 ETF는 설정일 기준 수익률은 -25.11%지만 연초 기준으로 하면 수익률이 36.50%로 대반전에 나선 상태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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