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야니가 지난달 30일과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상업도시 제다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습니다.
사우디에서 외국 음악가의 공연이 열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2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사우디 관중의 열기가 뜨거웠을 뿐 아니라 여러모로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공연장에 입장한 사우디 관중은 야니의 연주에 열띤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사우디에서 자신의 감정을 남이 보는 데서 표현하는 것은 금기의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 여성의 입장이 허용됐으나 관중석을 남녀로 구분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혼석'(混席)이 허용됐습니다.
이들은 가족 단위의 관객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지만,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섞여 앉는 것은 사우디에선 그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야니와 동행한 외국 공연팀이긴 하지만 무대에 여성 가수와 여성 연주자가 등장한 것도 사우디에선 파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히잡을 쓰지 않고 무대에서 공연했습니다.
사우디에서 여성만을 위한 공연에 외국인 여성 가수가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남성 관중이 바라보는 공연에 여성 음악가가 연주하는 것은 사우디의 '대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니의 공연에 온 한 관중은 사우디 일간 사우디가제트에 "사우디에서 이런 공연이 더 열렸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는 게 행복하고 요즘 들어 전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니 역시 첫 사우디 공연을 마치고 "믿을 수 없는 밤이다. 우리는 사우디에서 많은 '첫번째'를 오늘 밤 보았다. 사우디 관중들은 넘치는 사랑과 열정, 포용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훔쳤다"고 감동을 전했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금기였던 대중 예술의 여러 분야에서 음악을 택한 것은 상당히 과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우디의 종교적 사상의 근간인 엄격한 원리주의 와하비즘은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고 흥분시킨다는 이유로 대중 문화 가운데서도 특히 음악에 부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야니의 공연은 이런 종교적 엄숙주의를 깨는 '신호탄'으로 평가됩니다.
사우디 정부가 음악과 같은 '즐거움'을 허용하는 흐름은 사우디의 실세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온건한 이슬람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국가 비전을 실제 구현하려는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동시에 '반부패 드라이브'와 여러 개혁 정책으로 기득권과 보수 종교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32세의 젊은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가 국민의 지지를 얻어 양위 받을 차기 왕권을 견고하게 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치적 불만을 잠재우려는 전제 왕정의 '우민화'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간 사우디가 대중문화에 워낙 폐쇄적어었던 터라 이제 정상화되는 수준이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야니는 애초 3, 4일 수도 리야드에서 공연을 마치기로 했지만, 관중의 반응이 사우디 동부 다란에서 6, 7일 두 차례 더 열기로 했습니다.
공연 표는 이미 매진됐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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