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평창 롱패딩·캐릭터 브라운 등 대박난 상품 다 이유 있었네
입력 2017-11-22 10:30 
롯데백화점이 게재한 평창 롱패딩 구매를 위한 대기 장소 안내 글 [사진출처 : 롯데백화점 잠실점 인스타그램]

# 7000명에게만 판다는 일명 '평창 롱패딩'이 판매 순번표를 나눠주자 롯데백화점 점포별로 몇 시간 만에 동이 났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구스다운롱점퍼'를 줄여 말하는 평창 롱패딩은 이미 준비한 물량 3만장 중 2만3000장이 완판된 상태다. 판매를 다시 재개한다는 공지가 뜨자마자 1020세대는 환호했고 일부에서는 판매 개시 전날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 판매시작 1시간 만에 매출 20억원 돌파. 지난 11월 11일 중국 광군제 당시 최대 온라인쇼핑몰 티몰에서는 한바탕 쟁탈전이 벌어졌다. 곰 '브라운'과 토끼 '코니' 등 글로벌 캐릭터를 사기 위해 중국인 젊은 세대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 라인프렌즈가 티몰 한 곳에서 번 돈은 약 46억원에 이른다.
올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롱패딩과 캐릭터상품 등 최근 대박난 상품들을 보면 'Z세대'를 엿볼 수 있다. 이미 유통·패션업계에서는 Z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사업 승패가 갈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Z세대는 어떤 이들일까.
[사진출처 : 롯데백화점 잠실점 인스타그램]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시대…엄마·아빠 상품 구매시 영향력 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고도 불리는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시대를 경험한 세대를 말한다. 나이로 따져보면 현재 약 16~22세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인구를 뜻한다. 오는 2020년이면 Z세대는 26억명, 전체 인구의 27%에 달하는 차세대 주력 소비층이 된다.
물론 Z세대는 10대 혹은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아직 큰 돈을 번다거나 금융활동을 활발히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장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Z세대의 70% 이상이 식품, 가정용품, 전자제품은 물론 가구, 여행상품 등을 구매할 때 의사 결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가 보유한 뛰어난 디지털 지식이 가족 전체의 제품 구매 경로, 구매 후기, 구매 방법, 구매 후 활동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보력이 좋은 Z세대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자녀의 의견을 구매하는데 반영, 미국의 경우 Z세대를 위한 지출은 2015년 기준으로 8296억달러(약 950조원)에 달했다. 직접 소비자로든 간접 소비자로든 결코 Z세대를 간과하기 힘든 이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각 백화점은 물론 유통, 패션업계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Z세대와 무관치 않다"며 "그만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활발히하는 1020세대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 뿐 아니라 가족·지인들이 쇼핑 정보를 받는 중요한 통로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인프렌즈가 공개한 글로벌 캐릭터 BT21 [사진제공 : 라인프렌즈]
가성비 따지고 '입소문 마케팅'과 트렌드에 민감해
Z세대는 그들만의 뚜렷한 특징과 차별화 된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야말로 Z세대라고 할 수 있다. IBM기업가치연구소가 16개국 Z세대 1만5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67%는 브랜드 선택의 기준으로 품질, 제품의 가용성, 가치를 꼽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평창 롱패딩을 한 예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평창 롱패딩은 거위 솜털(80%)과 깃털(20%)로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4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품질의 브랜드 제품가격이 30~50만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롯데백화점 측의 전략이 주효했다.
Z세대가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브랜드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셜미디어와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미 다른 사람들이 검증한 브랜드와 제품 정보를 찾으며, 이런 정보를 수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쏟아 붓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창 롱패딩 사례를 또 한번 보자. 지난달 30일 첫 선을 보인 이후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높은 가성비에 우수한 디자인, 상품의 희소성 등에 대한 후기가 각종 SNS상에 속속 올라왔다. 여기에 평창 올림픽 기념 공연에서 인기 가수 선미와 EXID의 하니가 평창 롱패딩을 함께 입은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더욱 주목받게 됐다.

이같은 상품의 장점은 SNS상에서 빠르게 퍼져갔고, 조기 품절 사태를 맞을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됐다. 평창 롱패딩이 Z세대를 꼭 노린 것은 아니지만, Z세대가 좋아할만 한 요소는 다 갖춘 셈이다.
밀레니얼세대가 X세대를 추월한 것처럼 Z세대가 유통업체들이 대비해야 할 새로운 세대로 부각되면서 아예 이들만을 겨냥한 마케팅도 나왔다. 라인프렌즈가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BT21 캐릭터를 선보인 것이 한 예다. 라인프렌즈에 따르면 BT21 캐릭터는 라인을 통한 무료 스티커 공개 이후 현재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트위터 내 BT21 관련 노출량은 1억5000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사전 홍보나 특별한 광고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도 BT21캐릭터가 이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102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SNS 채널을 통한 영향이 컸다.
라인프렌즈 측은 "BT21 자체가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1020 여성을 타깃으로 만들어지다보니 소통 자체가 SNS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트위터를 포함한 SNS 계정은 입소문 만으로 팔로워 및 구독자 수가 25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새 소비층인 1020세대를 끌어들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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