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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잘못된 선택의 부딪힘과 죽음의 공포 `실종2`
입력 2017-11-20 09:4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취직에 목숨 바친 취준생 선영(함은정), 유학 간 딸과 아내를 위해 급히 돈을 부쳐야 하는 비리 형사 송헌(이원종), 여전히 스타가 되고 싶은 한물간 배우 아진(서준영).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이들 3명이 처한 상황과 갈등, 고민이 깊은 산 속에서 터져 나온다. 전신 마비로 누워있는 언니와 설상가상 사채 때문에 고생인 선영은 아웃도어브랜드 회사의 마지막 산행 면접을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조바심을 낸다. 조바심을 내는 건 송헌과 더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은 아진 역시 마찬가지다.
범죄현장에서 취득한 돈을 들고 도망간 정보원의 은신처를 찾아 산을 타는 송헌. 소속사 대표에게 욕정의 도구로 이용되는 아진은 배역조차 주지 않는 대표가 밉다. 이들은 각자 우발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계속하고, 결국 모두가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한다.
영화 '실종2'는 산장에서 세 사람이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해 빈틈 있어 보이는 전개는 아쉬움이 있지만 거대 악이나 잔혹한 살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상황적으로 사람이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은 특기할 만하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범죄에 휘말리게 되고, 자신의 범죄를 목격한 이와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긴장감의 연속, 또 그곳에서 다시 한번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실종2'에 녹아 있다. 이들의 행동은 치밀하지 않기에 어설플 수밖에 없다. 빈틈 있어 보이는 영화가 조금은 수긍이 가는 이유다. 이들의 행동에 묘한 연민까지 느껴진다.
협소하고 외딴 공간이 주는 긴장도 느낄 수 있다. 우발적으로 살인자가 된 이는 목격자에 의해 죽을 수도, 혹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상대를 또 죽여야 할 상황에 놓인다. 이 공간에서 생면부지의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죽음의 공포란 떨쳐내기 쉬운 상대는 아니다.
이들의 행동과 표정, 심리적 묘사가 배경 음악과 함께 긴장감을 유발한다. 다만 배경 음악에 비해 쫀쫀하지 못한 연출과 캐릭터들의 상황적 설명은 아쉬운 지점이다. 후반부 서글프고 잔혹할 수 없는 삶에 대해 관객을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 의도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도 안타깝다.
배우들의 연기가 나쁘지 않아 상쇄시키는 부분이 있긴 하다. 고단한 삶에 찌든 취준생을 연기한 함은정은 이 시대 청춘들의 현실과 아픔을 나름대로 잘 표현했다. 이원종, 서준영과의 격투신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이원종은 삐뚤어진 부성애의 절정을, 서준영은 일순간 폭주하는 모습이 관객을 몰입시킨다. 89분. 청소년 관람불가. 30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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