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제1야당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강제로 해산됐다. 32년째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연장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과 국가인권단체, 서방국가들은 "민주주의가 죽음에 직면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캄보디아 정부에 야당 해산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도 불복 입장을 밝혀 캄보디아 정국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캄보디아 대법원은 전날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외부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CNRP 해산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CNRP 소속 정치인 118명의 정치활동도 5년간 금지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9월 켐 소카 CNRP 대표를 반역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지난달 대법원에 CNRP 강제 해산을 요청했다. 대법원장이 집권 여당의 상임위원이자 훈센 총리 측근이어서 이런 결과는 예견됐다.
제1야당 해산 조치는 빈부격차와 부패 문제 등이 심화되면서 정부 심판론을 제기한 CNRP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CNRP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44%의 득표율을 기록해 다수당이 총리를 배출하는 내년 총선에서 여당과 박빙의 대결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야당이 해체되면서 훈센 총리의 1인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훈센 총리는 "10년 더 집권하겠다"고 선언했다. 37년째 독재를 이어오다 최근 쿠데타로 가택연금 상태인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권한 지도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캄보디아 정부의 야당 해체 조치를 두고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 선고'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과 EU 등은 캄보디아 정부가 야당에 대한 최근 조치들을 철회하고 투옥 중인 야당 대표를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훈센 총리는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반발해 내년 총선이 공정하게 치러질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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