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경북 포항 영일만크루즈 매표소 앞.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유람선을 타려는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매표소 안은 썰렁하기까지 했다. 이날 영일만크루즈(747t·정원 600명)는 하루 2차례 운항을 했지만 배 안은 거의 텅 비다시피했다. 지난 15일 규모 5.4의 강진이 포항을 덮치자 이용객들이 모두 예약을 취소한 탓이다.
전날인 16일에도 예약 취소율은 60%에 달해 온 종일 탑승객은 127명에 그쳤다. 영일만해수욕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영일만크루즈는 평일 300명, 주말 1000명이 이용했지만 지진발생 후 이용객 수는 평일 대비 무려 57%나 급감했다.
영일만크루즈 관계자는 "18일부터 19일까지 주말 예약도 50~60% 가량 취소됐고 지금도 취소 전화가 계속 온다"며 "주말 이용객 수를 보고 임시 폐업도 생각 중"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영일대해수욕장에 위치한 한 호텔도 금요일이면 전체 150개 객실이 모두 예약 완료됐지만 15일 이후 이틀 동안 30% 가량 예약이 취소됐다. 호텔 관계자는 "지진으로 인한 관광업계 타격이 본격 시작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강진 이후 포항에 이틀 동안 50여 차례 이상 여진이 계속되면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항에는 연간 49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현재 기존 예약은 상당수가 취소됐고 추가 예약도 거의 끊겼다.
이날 포항시가 관내 주요 관광지와 호텔 펜션 캠핑장 등 38개소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지진 발생 후 다음날인 16일 하루 동안에만 341건의 예약이 취소됐고 예약 취소 인원은 3000여 명에 달했다. 포항시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숙박업소, 음식점 등을 포함하면 예약 취소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포항 관광산업을 이끌어 온 크루즈 업계 타격이 가장 크다. 올해 2월 첫 운항을 시작한 영일만크루즈의 경우 지진이 발생한 지난 15일 처음으로 출항을 하지 못했다. 또 토요일 밤이면 영일만크루즈는 배 안에서 불꽃을 쏴 멋진 야경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다가오는 주말에는 이재민들을 생각해 불꽃 행사도 취소하기로 했다. 영일만크루즈 관계자는 "선박 임대료와 유류비, 관리비 등을 따지면 임시폐업 여부는 이번 주말이 고비"라고 말했다. 포항운하에서 운행되는 포항크루즈도 하루 평균 400여 명이 이용했지만 지난 15일 이후 예약 취소율은 40%에 달했다. 포항크루즈는 동빈내항과 형산강 사이에 조성된 포항운하 주변을 8km 운행하는 46인승 유람선으로 연간 19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포항크루즈 관계자는 "포항크루즈는 사회적 기업으로 설립돼 매년 취약계층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왔고 수익금도 장학금 등으로 지역에 환원하고 있다"며 "이번 지진 여파가 생각보다 커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포항을 대표하는 산업시설인 포항제철소에도 매일 150~500명 가량 관광객이 찾아왔지만 이번 주말 500명에 달하던 단체 관광객 방문은 모두 취소됐다.
포항시는 관광업계 타격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금 관광객이 안 오니깐 어떻게든 관광객이 다시 찾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중"이라며 "계속되는 피해 상황을 지켜본 후 이른 시일 안에 관광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 여파는 인근 경주지역 관광업계까지 타격을 입히고 있다. 경주 숙박업계에 따르면 보문단지 한 호텔은 포항 강진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6일 객실 예약 취소가 20건에 달했고 주말 예약 취소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또 경주 감포읍의 한 어촌체험마을도 주말 예약이 100% 취소됐다. 경주는 지난해 9월 강진으로 수학여행단 발길이 끊기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가 올해 겨우 회복했지만 포항 지진 충격으로 또다시 시름에 잠기게 됐다. 경주시 관계자는 "포항 지진 충격이 큰 만큼 경주지역 관광산업 피해도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포항 = 우성덕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