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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도쿄돔 물들인 韓영건들, 박수 받을 투혼과 집중력
입력 2017-11-16 23:47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영건들이 APBC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활약했다.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도쿄) 황석조 기자] 프로야구 대표 영건들이 감동의 드라마를 써냈다. 첫 도쿄돔, 일방적 응원, 부담스러울 수 있는 국민들의 기대 따위의 것들은 모두 기우에 그쳤다. 선보인 투혼과 집중력은 박수 받기 충분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APBC 2017 개막전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 7-8로 패했다.
당초 대표팀의 승리를 예상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이번 대회 의미를 앞세워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차 이하들이 뭉쳐진 대표팀.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가 거의 없는 편이고 도쿄돔 경험자 또한 한 명도 없었다. 와일드카드도 뽑지 않았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생소했다. 패기와 자신감만으로는 역부족일 듯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소집 후부터 탁월한 호흡을 자랑하며 역대 최고의 분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래가 주축이 된데 이어 무엇보다 국민들로 하여금 떨어진 대표팀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각오가 담겨져 있었다.
이는 경기력에서 고스란히 나왔다. 선발투수 장현식이 배짱투를 뽐냈는데 특히 위기상황을 삼진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이 압도적. 야수들 또한 실책이 있었지만 그 전까지 투혼의 장면들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야수들도 반응했다. 실점 후 바로 이어진 이닝. 4번 타자 김하성이 상대투수 야부타로부터 비거리 110m짜리 홈런포를 터뜨렸다. 연습경기 동안 단 한 개의 홈런도 나오지 않아 장타력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김하성이 보란 듯이 한 방을 해내준 것.
김하성의 장타 이후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어 최원준과 정현이 연속타로 기회를 이어갔다. 하주석의 희생플라이 타점, 이어진 박민우의 볼넷 그리고 이정후의 2타점 안타로 쐐기를 박았다.
대표팀은 위기의 전형적인 공식인 대량득점 직후 조심해야할 이닝 또한 깔끔하게 범타로 처리하며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4번 타자 김하성이 비거리 110m짜리 홈런포를 터뜨렸다. 사진(日도쿄)=천정환 기자
탄력 받은 대표팀은 이후부터 일본 마운드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마치 정규시즌처럼의 가벼운 몸놀림이 나왔다. 일방적인 일본 팬들의 응원에 주눅 들지 않고 많지 않아도 우렁찬 한국 응원 목소리에 힘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내줬다. 마지막 집중력 싸움에서 한 끗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칭찬할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박수 받아야 할 장면은 선수들의 놀라운 투지와 집중력. 영건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인상적이기 충분한 집중력이었다. 1회 1루로 출루한 박민우는 후속타자의 우익수 뜬공 때 상대 수비 빈틈을 파고들어 2루 진루에 성공한다. 상대가 허술했지만 초반부터 박민우의 집중력이 남달랐던 것. 박민우는 3회와 4회에도 볼넷으로 걸어 나가며 눈부신 선구안을 보여줬다.
정현은 관중석까지 몸을 날리는 수비를 펼쳐 끈기를 보여줬다. 찬스 때 희생번트도 실수 없이 완벽했다. 포수 한승택은 선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초반 도루를 잡아내 위기가 될 뻔한 상황을 쉽게 모면하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김하성은 멀티히트 및 결정적 동점포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몇 번이나 몸을 날렸다.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엄청난 인내력을 선보이며 눈 야구를 펼쳤다. 한 번의 수비에도 순간이 아닌 전체를 바라보는 베테랑 못지않은 모습들. 일본 프로야구 15승의 야부타도, 이후 등판한 정상급 불펜진도 적수가 되지 못한 이유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대표팀의 집중력이 도쿄돔 분위기를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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