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저평가 성장株` 따져보니…LG전자·SK이노 매력
입력 2017-11-16 17:45  | 수정 2017-11-16 19:33
상장사 675곳 분석…'매출대비 주가' 저평가 수두룩
적자 기업이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종목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급등하면서 이 같은 종목 발굴에 유리한 '주가매출비율(PSR)'이란 평가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3년(2014~2016년) 동안 339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161%나 오르면서 현재 이익보다는 미래 성장 잠재력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설비 투자 탓에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작년 매출이 2015년보다 3배 이상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PSR로 보면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될 종목이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에 즐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선 PSR 기준으로 고평가됐더라도 이익이 꾸준히 쌓이고 동일 업종 내에서 저평가됐다면 중장기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16일 매일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올 상반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675곳의 PSR를 분석해 보니 이들 평균은 0.78배로 나타났다. 이번에 적용한 PSR는 주가(15일 종가 기준)를 주당 매출(작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누적)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성장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한다. 기업 가치 평가 때 주로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업 이익으로 주가 적정성을 보기 때문에 적자 기업은 평가할 수 없지만 PSR는 매출이 발생하는 상장사는 모두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이익은 회계 처리 방식이나 일회성 비용에 크게 좌우되지만 매출은 그런 변수에서 자유롭고 기업의 성장 정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가치 평가에 중요한 잣대"라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 675곳 중 시장 평균(0.78배)보다 낮은 곳은 471곳으로 전체의 69.8%에 달한다. 상장사 10곳 중 7곳이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시장 평균 대비 절반 이하로 '절대 저평가 구간'(0.4배 미만)에 속한 종목이 281곳으로 나타났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PSR 기준으로 같은 업종 내 저평가된 종목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일부 종목은 매출만 크고 이익은 떨어지는 종목도 있어 반드시 실적 전망과 외국인 수급도 함께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평균의 절반 수준인 데다 경쟁사보다 PSR가 낮고 올 4분기 이익 전망도 좋은 곳으로는 SK이노베이션이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의 PSR는 0.36배로 같은 정유업종 에쓰오일(0.6배)보다 저평가돼 있다. 게다가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올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1조9518억원, 8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 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4분기는 정유사 성수기인 데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저장탱크에 쌓아둔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재고평가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난방유 성수기를 맞아 정유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이 기대된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화학 사업 이익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종으로 분류하지만 최근 화학사업을 키우면서 화학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호재에 외국인은 올 들어 이 종목을 3000억원 안팎으로 순매수 중이다.
CJ제일제당도 PSR가 0.31배에 불과하다. 눈치 빠른 외국인도 이 종목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올해 1590억원 규모로 순매수하고 있다. 올 4분기 매출은 4조20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야말로 PSR 기준으로 저평가됐다가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 중 하나다. LG전자는 작년 4분기 신작 스마트폰 마케팅 확대와 사업 구조조정 비용이 집중되면서 352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정도로 고전했다. 그러나 작년 분기별 매출로 보면 1분기 13조3621억원에서 같은 해 4분기 14조7778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외국인이 올 들어 1조2075억원 규모로 이 종목을 사들이는 이유다. 올해 주가는 77%나 올랐지만 여전히 PSR는 0.25배에 불과하다.
코스닥에선 심텍(0.3배), 엠케이전자(0.33배), 한양이엔지(0.34배), 하나마이크론(0.37배)과 같은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대거 저평가돼 있다.
PSR 기준에 따라 주식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셀트리온(17.19배), 엔씨소프트(8.3배), 한미사이언스(8.08배)가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삼성전자의 PSR는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에 1.78배로 시장 평균보다 높지만 같은 반도체 회사 SK하이닉스(2.17배)보다는 저평가된 것으로 나왔다. 정보기술(IT) 업종의 네이버는 PSR가 6.41배로 카카오(3.92배)보다 고평가된 것으로 나온다.
■ <용어 설명>
▷ 주가매출비율(PSR) :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성장성에 주안점을 두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는 데 이용하는 성장성 투자지표다. PSR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고 본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