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차량호출 업체인 우버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고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손정의 회장은 이번 우버 지분인수로 차량호출 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우버도 2019년 상장(IPO) 계획에 탄력을 받게 됐다.
우버는 12일(현지시간) '10억 달러의 신주 인수, 90억 달러어치의 기존 주식 매입'을 요청한 소프트뱅크의 10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 투자 제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소프트뱅크는 우버 주식의 14%를 확보하고 17명에 달하는 우버 이사진 중 3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우버는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소프트뱅크와 드래고니어 등이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잠재적 투자에 대해 합의했다"며 "이번 합의는 우버의 장기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신뢰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미국의 투자사 드래고니어인베스트먼트그룹, 제너럴애틀랜틱 등이 참여하면서 성사됐다. 우버는 기업가치 700억달러(약 78조원)에 달하는 실리콘밸리 대표 스타트업이다. 소프트뱅크는 10억 달러를 신주인수 방식으로 투자하며 나머지 90억달러는 공개 매수를 통해 인수할 예정이다. 중국 인터넷업체 텐센트도 이번 합의의 일환으로 우버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얻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곧 신문광고를 내고 한달간 우버의 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우버에 입사하며 주식을 받은 초기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새로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 겸 전 CEO(최고경영자)는 자신이 보유한 우버의 구주(회사 주식의 10% 및 클라스B 보통주 35%)를 매각하면 억만장자가 되는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주식 매매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공개매수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 지분을 충분히 매각하지 않아 소프트뱅크가 14%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소프트뱅크는 합의를 철회할 수도 있다.
우버와 소프트뱅크간 투자 협의가 최종 타결됨에 따라 올 초부터 제기된 우버의 경영 위기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 우버의 지배구조 개선이 이번 투자의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우버는 연초부터 트래비스 캘러닉의 성추행 파문, 불법 소프트웨어 내장 파문, 구글의 자율주행차 부문 웨이모의 기술 절도 소송, 우버 최대 주주(벤치마크)의 창업자 소송 등이 이어지며 각종 문제를 일으켜 왔다. 이 과정에서 결국 캘러닉이 이사회 결의로 퇴출되고 다라 코스로샤히가 새 CEO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으로 우버 최대 주주 중 하나인 벤처캐피털 회사 벤치마크는 우선 캘러닉 전 CEO에 대한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자신들의 보유 주식에 따른 특정한 주주 권리도 일부 포기하고 공개 매수 기간에 주식 가격을 높이는 행위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소프트뱅크 투자의 길을 열어줬다.
우버 이사회는 캘러닉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우버의 복잡한 주식 구조에 따른 차등 의결권도 없애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2019년 상장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캘러닉도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우버 이사회에게 자신이 행사하던 이사 지명권을 넘겨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버 이사회와 초기 투자자들, 소프트뱅크 간의 협상에서 우버 이사회는 광범위한 지배구조 변화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은 이번 우버 투자로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 호출 사업 연합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는 이미 세계 각국의 1위 차량 호출 기업에 투자해 왔다. 중국의 디디추싱에 50억 달러를 단독으로 투자했으며 인도의 올라에는 23억 3000만달러(투자 일부 참여), 싱가포르의 그랩에도 2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외에도 브라질의 99, 러시아의 얀덱스에도 투자했다.
손 회장이 투자한 차량 호출 회사들은 모두 우버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회사들이다. 손 회장은 우버를 해당 지역에서 몰아내는데 힘을 쏟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우버 투자로 우버의 경쟁사와 우버의 지분을 동시에 확보하는 독특한 결과를 낳게 됐다.
LA타임즈는 소프트뱅크가 서로 경쟁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독특한 전략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경쟁사에 투자하지 않지만 손 회장은 사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자를 이끼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2021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차가 초기 단계에서는 우버 등 차량 호출 기업이 수요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손 회장이 결국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장악하기 위해 우버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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