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형제약사 사이 치매치료제 판권 이동에 후발주자 진입로 막혀
입력 2017-11-10 17:26  | 수정 2017-11-10 20:55

치매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오리지널약 판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조약이 사라져 다른 제약사들의 복제약 개발 통로가 막혔다. 유일한 대조약이던 대웅제약 클리아티린 재고의 유통기한이 끝났기 때문이다. 대조약은 복제약을 허가받기 위해 치러야 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서 기준이 되는 약이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조약 소진으로 치매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복제약을 허가받기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당분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대웅제약 글리아티린은 지난해 초 이후 생산되지 않고 있다.
생동성시험 자체가 막힌 걸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대형 제약사 두 곳이 후발 주자 진입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조약 공백 사태로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으니 대웅제약과 종근당 모두 이익을 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생동성시험이 다시 진행되려면 식약처·중앙행정심판위원회·대웅제약·종근당이 얽힌 행정소송의 결론이 나와야 한다. 대웅제약이 오리지널약인 글리아티린의 판권을 종근당에게 뺏긴 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조약을 종근당 제품으로 바꾸자 대웅제약은 행심위에 심판을 청구해 식약처의 결정을 되돌렸다. 행정법원은 1심에서 식약처·종근당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웅제약은 2심에 보조자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오리지널사인 이탈파마코사와도 상표권침해 소송을 하고 있다. 판권 계약이 종료되기 전 자회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출시한 복제약 글리아타민이라는 이름이 오리지널약인 글리아티린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1심에서 법원은 이탈파마코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웅제약은 의사들은 두 제품명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한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송을 당한 글리아타민은 지난해 오리지널약인 글리아타민보다 많이 팔렸다. 판권계약이 종료되기 전 출시해 오리지널약을 파는 대웅제약의 관계사가 적극적으로 영업한 덕이다.
이에 종근당은 기존에 팔던 복제약 알포코의 허가사항을 변경하고 대웅제약·이탈파마코의 판권 계약이 끝난 바로 다음날 기존에 팔던 오리지널약 제품을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복제약의 허가사항을 변경해 글리아티린을 허가받은 점을 파고들었다. 애당초 복제약으로 허가받은 약이기 때문에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복제약이라면 판매량이 더 많은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 대조약이 돼야 한다는 게 대웅제약의 논리다. 종근당 글리아티린이 출시된 초기에 제품 성상(모양)이 변하는 문제로 회수된 점이 대웅제약에 빌미를 주기도 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제약업계의 시선은 대웅제약에 더 싸늘하다. 업계 관계자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은 오리지널사의 원료와 기술로 만든 약"이라며 "대웅제약이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대조약 지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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