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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면 `불 꺼지는` 하나은행
입력 2017-11-10 15:53 
지난 7일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1번 출구 앞에 위치한 하나은행 신관 본사. 시계가 오후 7시 정각을 가리키자 전체 26층 중 24층을 제외한 전 층의 불이 동시에 꺼졌다.
이날은 하나은행이 오후 7시(가정의 날인 수요일은 오후 6시 30분) 이후 야근 직원을 위해 마련한 일부 층 외 모든 사무실의 불을 끄는 '일괄소등제'를 도입한 첫날이다.
올 7월 문재인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71번째 과제로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실현'을 제시한 이후 불필요한 야근을 억제하는 제도들이 은행권에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날 2000여 명의 하나은행 본사 근무 직원 중 야근을 신청한 약 50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은 정시에 퇴근해 사옥을 빠져나왔다. 야근자는 별도 마련한 '업무집중층'에서 일을 했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사옥 중 한 층을 야근자를 위한 '업무집중층'으로 선정해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다만 가정의 날인 수요일에는 업무집중층을 운영하지 않는다. 야근이 필요한 직원이라면 '업무집중층' 내 원하는 어느 자리에서든 일을 할 수 있다. 어느 컴퓨터에서나 기존 작업 내용과 바탕화면 아이콘 배열 등 작업 환경을 그대로 불러올 수 있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일과 생활의 양립을 위한 환경이 은행업계에 조성되고 있다"며 "다만 물리적 환경보다는 조직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가 정착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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