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셀트리온, "1월엔 코스피로" 이사 서두른다
입력 2017-11-09 17:40  | 수정 2017-11-09 21:13
이르면 이달말 신청서 제출
코스닥시장 '대장주' 셀트리온이 '이사' 계획을 서두르면서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주식이 거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진 셈이다. 셀트리온이 이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은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 실적만으로도 한국거래소 이전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셀트리온 주주들이 주가 상승의 조건 중 하나인 외국인 '화력'에 기댈 수 있는 코스피를 선호하면서 주식시장 이전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코스닥의 4배가 넘는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이전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은 이르면 이달 이전 신청서를 거래소에 제출할 계획이다. 애초 올해 실적을 반영할 수 있는 내년 2월에 이전 신청서를 내기로 했으나 최근 주주들의 요청과 실적 자신감에 따라 연내 신청으로 급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 요청에 따라 셀트리온의 거래소 이전 계획이 빨라졌다"며 "셀트리온의 주요 실적이 이미 거래소 상장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는 만큼 내년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전 상장의 별도 요건이 없는 만큼 거래소 신규 상장 요건에 따라 셀트리온의 이전이 결정된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코스피 이전상장안'을 가결해 코스피 이사를 위한 '9부능선'을 넘은 바 있다.
향후 일정은 거래소가 셀트리온의 이전 신청서를 접수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거래소가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위원회가 45영업일 내에 이전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이전이 확정되면 코스피에서 주식 거래 시작일은 셀트리온과 거래소가 협의해 수일 내에 결정이 난다. 결국 심사위원회가 구성되는 시간과 한 달 반 정도 걸리는 심사 기간이 셀트리온의 코스피 거래 시작 날짜를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이날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상장의 경우 신청서가 접수된 이후 두 달 정도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이미 코스닥에서 거래되고 있는 셀트리온은 이 기간보다 빨리 결판이 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지름길'도 있다. 이른바 신규 상장 절차 중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이란 거래소가 신규 상장 심사 때 '질적 심사' 과정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면 20영업일 만에 심사 결과가 나오므로 15영업일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셀트리온은 매출액 기준에서 딱 걸린다.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이 7000억원을 넘어야 하는데 셀트리온은 작년에 6706억원에 그쳤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셀트리온 연간 매출액은 9465억원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이 내년에 이전 신청을 하면 패스트트랙을 밟을 수 있지만 코스피 거래 시작도 뒤로 밀리게 된다.
셀트리온의 이전 속도전에는 주주들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이전 상장을 위한 임시주총과 주관사 선정에도 주주들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우량한 셀트리온 실적도 한몫 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시가총액이 21조원에 달하고 일반주주 10만명 이상을 보유한 셀트리온의 덩치를 감안했을 때 이전 상장의 관건은 이익 수준이다.
거래소는 해당 기업의 수익성을 따질 때 최근 사업연도 이익 30억원(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적은 금액 기준)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작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497억원, 1805억원으로 거래소 요건을 넉넉하게 넘어선다.
셀트리온이 발 빠르게 코스피로 이전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코스닥보다 든든한 외국인 '지원'이다.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종목에 대한 전체 순매수 규모는 8조832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닥이 1조8922억원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무려 4.7배 차이다.
다만 시총 21조원 규모 코스닥 '대장주'의 코스피 이전이 빨라지면서 코스닥 '황폐화'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닥 업체 20곳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셀트리온 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한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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