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중국서도 트윗…만리장성 뚫었다
입력 2017-11-09 14: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본능이 만리장성을 넘어 중국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중국에 도착한 후 9일 새벽까지 중국의 환대에 대한 감사와 한국 방문에 대한 소감, 그리고 자신의 당선 1주년에 대한 소회를 담은 트윗 4건을 잇따라 올렸다.
평소에도 하루에 서너 건의 트윗을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이 유독 주목을 받은 것은 중국이 자국민들에게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과 인터넷을 검열하는 중국의 방화벽을 뚫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중국에서도 작동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 세계 네티즌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이동하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원할 때 언제든 트윗을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중국의 방화벽을 피할 수 있는 특수 장비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수행단이 가져온 장비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검열에도 불구하고 가상사설망(VPN)을 통하면 방화벽을 우회해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 IT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하드웨어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쓸 수 있도록 중국 정부 당국이 방화벽을 열어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덤 시걸 미국외교협회(CFR) 디지털·사이버정책국장은 "중국 정부가 해외 고위급 인사에게는 트위터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올린 초기 트윗 2개는 컴퓨터 웹 브라우저로 작성했다. 9일 새벽에 올린 2건의 트윗은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폰을 이용해 트윗을 했다.
중국에서 해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차명폰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시걸 국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을 갈 때 보안을 우려해 본인 전화기를 쓰지 않거나 차명폰을 가져간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백악관 참모 전원은 차명폰을 갖고 있으며 이 대포폰은 귀국할 때 폐기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중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8일 저녁 "멜라니아와 내가 자금성에서 잊지 못할 오후와 저녁을 보낼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에게 감사한다. 내일 아침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처음이었다. 이어 시 주석 내외와 함께 자금성을 방문했던 사진 4장과 함께 "내일 종일 이어질 시 주석과 우리 대표단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아름다운 환영을 해준 중국에 감사한다. 멜라니아와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올렸다.
이튿날 새벽에는 한국 방문 일정을 담은 1분짜리 영상과 함께 "북한은 과거 미국의 자제를 약점으로 해석했다. 이것은 치명적인 오판일 것이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미국을 시험하지 마라"고 썼다. 이어 당선 1주년을 염두에 두고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꼬며 "모든 '개탄스러운(Deplorable) 사람들'과 선거인단 득표에서 304 대 227의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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