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전자 이식 줄기세포, 피부를 대체하다
입력 2017-11-09 03:02 

독일과 이탈리아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유전자 주입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체의 80%에 해당하는 부위의 피부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토비아스 히어시 독일 보훔대 의대 교수와 이탈리아 모데나레지오에밀라대 공동 연구진은 피부 줄기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이식해 '연접부수포성표피박리증(JEB·junctional epidermolysis bullosa)'에 걸린 7살 어린아이의 피부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피부 이식 부위는 신체 전체의 80%에 해당할 정도로 넓은 부위였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8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LAMB3이라는 유전자가 부족해 발생하는 JEB라는 병은 유아기에 진행되는 유전병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표피'와 그 안에 있는 '진피'로 이루어져 있다. 표피와 진피는 단단하게 붙어있는데 LAMB3 유전자가 부족하면 두개의 층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외부의 약한 충격에도 표피가 벗겨지고 물집이 생기며 또다른 감염에 노출된다. 심할 경우 피부암으로 연결되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현재까지 JEB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JEB에 걸린 7살 아이를 대상으로 피부 이식 실험을 진행했다. 2015년 보훔대 병원을 찾은 이 아이는 전체 피부의 60%가 표피가 없거나 물집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증 JEB 환자였다. 환자의 징후가 좋지 않자 연구진은 병원과 가족, 아이의 동의를 받고 새로운 시술을 준비했다. 피부 줄기세포에 LAMB3를 넣은 뒤 이를 다시 아이에게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연구를 시작할 무렵 아이 피부의 80%가 물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연구진은 먼저 이 아이의 허벅지 안쪽에 있는 멀쩡한 피부를 가로 세로 2cm 크기로 떼어냈다. 강현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피부에는 많은 줄기세포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처가 나도 쉽게 재생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이 줄기세포에 LAMB3 유전자를 이식했다. 멀쩡한 세포라 할지라도 LAMB3 유전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상인의 피부세포를 이식할 경우에는 면역반응과 같은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강 전임연구원은 "LAMB3 유전자 이식은 바이러스를 활용했다"며 "바이러스 안에 유전자를 넣은 뒤 이를 줄기세포의 DNA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LAMB3를 넣은 줄기세포로부터 0.85㎡ 크기의 표피를 배양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피부세포는 '홀로클론'과 '메로클론', '파라클론' 집단을 형성했다. 홀로클론은 줄기세포를 갖고 있어 끊임없이 증식 가능한 세포를 의미하며 메로클론과 파라클론은 분화능력이 떨어지는 표피세포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 피부를 아이의 신체에 이식했고 8개월 뒤, 모든 세포가 홀로클론으로 바뀌면서 정상 피부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21개월 뒤 아이의 피부는 완전히 회복됐다"며 "외부 환경에 대한 저항능력도 뛰어났으며 상처가 나도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불치병으로 알려진 JEB를 극복한 것이다.
JEB를 포함하는 이영양성수포성표리박리증을 연구하는 미국의 비영리기관 '데브라(DEBR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50만명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JEB와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비슷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강현미 전임연구원도 "바이러스를 이용해 유전자를 이식할 경우 암 발생과 같은 부작용의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이같은 문제가 해결된 만큼 향후 다양한 질병 치료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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