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까지 이어지는 막바지 단풍을 즐기기 위해 국립공원을 비롯해 산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실제로 지난해 국립공원을 방문한 관광객 중 10~11월 방문자는 1000만명을 넘어 전체 23%를 차지할 정도로 가을철 산을 많이 찾는다.
이처럼 가을철 등산객들이 늘어나면 등반사고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109건, 그 중 심장돌연사로 인한 사망은 전체의 55%인 60건에 이른다. 그중 9~11월 가을철 심장돌연사 사망사고는 20건으로 전체 심장돌연사 사망자의 33%, 가을철 사망 사고의 58%를 차지한다.
연중 일교차가 가장 큰 가을철에는 신체가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가기 쉽다. 평소 동맥경화나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들은 충분한 사전 대책을 갖춘 뒤 등산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등산 도중 갑자기 죽음에 이르는 돌연사는 가을철 등산객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최규영 과장은 "심장돌연사의 80% 이상은 심근경색에 의한 것으로, 관상동맥이 막혔을 때 막힌 혈관에서 심장으로의 혈액 및 산소 공급이 중단되어 심장근육이 괴사, 이로 인해 심근경색이 발생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을철 등산에 유난히 심장 돌연사가 많은 이유는 바로 '기온'이다. 가을은 4계절 중 일교차가 가장 심한 계절로 산은 특히 기온 변화가 더욱 극심한데, 이러한 기온 변화가 신체에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심근경색 등 급성 심장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이와 함께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등산도 이러한 심장돌연사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특히 평소 당뇨나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은 무리한 등산으로 인한 위험이 더 크다. 만성질환은 혈액 속 지질이나 혈전, 높은 혈압 등을 유발해 점차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무리한 등산은 혈관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가해 급성 심장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을 더욱 높이게 된다.
등산 등 야외에서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이 위험한 이유는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등산에 앞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최대한 급성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질환 예방을 위해서 등산 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체온 관리와 수분 공급이다. 기온 변화는 심장을 비롯한 심혈관 계통에 타격을 주고,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 점성이 높아져 혈관을 막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은 온도변화가 심한 만큼, 날씨가 따뜻하더라도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옷과 모자를 갖추고 충분한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음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등산 전 충분한 스트레칭 등을 통해 몸을 풀어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등산 중 자신의 몸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성 심근경색은 대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동반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밖에도 가슴이 무겁거나 답답한 느낌, 호흡 곤란, 어깨나 팔 등에 갑자기 통증이 느껴질 때에는 심장이상의 전조증상일 수 있는 만큼 즉각 등산을 중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장질환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 등의 만성질환은 혈관벽을 두껍게 하거나 혈전 등을 만들어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혈당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이를 정상수치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음주, 흡연을 삼가고, 야채, 과일 등 건강 식단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최규영 과장은 "과거에는 50대 이상에서 심근경색 등이 많이 발견되었으나, 식단의 서구화 등으로 젊은 층에서도 만성질환이 많이 나타나는 만큼 나이가 젊다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라며"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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