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벨up 한국증시 ⑤ / 코스닥 되살리려면 ◆
코스닥은 1996년 벤처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개설됐지만 21세 성년이 지난 현재도 성숙하지 못한 '묻지마 투자'의 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전주, 테마주 등 급등락에 기댄 시장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역량 있는 기술 벤처기업 중심이기보다는 대기업 계열사나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중소기업, 주기적으로 주가조작에 휘말리는 기업들이 혼재하면서 혼돈의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판 '테슬라'와 같은 유니콘기업의 상장을 적극 유도해 코스닥시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주식 1255개 중 거래정지 주식은 25개에 달한다. 이 중 17곳 이상이 상장적격성심사 또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 상장사에 자금난이나 불성실공시 또는 경영진의 비리 등으로 사실상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경우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로, 거래정지 종목뿐만 아니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일부 작전주와 테마주 등이 뒤섞여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거래정지 종목이 되더라도 1년간의 개선기간을 주고 다시 거래가 재개되면 급등락을 반복하는 패턴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최근 품절주 논란을 일으킨 나노스는 7월 13일 거래정지가 풀리자마자 급상승을 시작해 일주일 만에 시가총액이 9배나 상승했다. 같은 달 12일 1695원이던 주가는 19일 1만5600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거래정지 해제 외에는 적자 누적 등으로 특별한 호재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랐던 코데즈컴바인 사태의 재판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3월 코데즈컴바인은 주가가 18만원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70분의 1로 쪼그라든 25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급등락이 반복된다거나 불공정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종목에 제재를 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년 적자나 각종 비리에 얼룩진 기업들도 웬만하면 1년 개선기간을 부여해 살리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상장폐지되지 않고 거래가 재개되고 급등락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코스닥 자체가 신뢰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자체 정화 기능을 잃으면서 코스닥의 불성실공시법인도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48건에서 2015년 53건을 거쳐 지난해에는 72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은 43건에서 33건, 23건 순으로 줄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닥 불성실공시법인은 올해도 이달 초까지 60건을 넘어서고 있다.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자정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기업사냥꾼의 인수·합병 문제나 주가조작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며 "작전주, 테마주를 솎아내고 건전한 창업·중소기업만의 자금 조달 창구가 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장 정화와 함께 코스닥에서도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기업 같은 다양한 스타 기술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시장을 리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스닥은 1996년 벤처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개설됐지만 21세 성년이 지난 현재도 성숙하지 못한 '묻지마 투자'의 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전주, 테마주 등 급등락에 기댄 시장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역량 있는 기술 벤처기업 중심이기보다는 대기업 계열사나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중소기업, 주기적으로 주가조작에 휘말리는 기업들이 혼재하면서 혼돈의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판 '테슬라'와 같은 유니콘기업의 상장을 적극 유도해 코스닥시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주식 1255개 중 거래정지 주식은 25개에 달한다. 이 중 17곳 이상이 상장적격성심사 또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 상장사에 자금난이나 불성실공시 또는 경영진의 비리 등으로 사실상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경우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로, 거래정지 종목뿐만 아니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일부 작전주와 테마주 등이 뒤섞여 '묻지마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거래정지 종목이 되더라도 1년간의 개선기간을 주고 다시 거래가 재개되면 급등락을 반복하는 패턴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최근 품절주 논란을 일으킨 나노스는 7월 13일 거래정지가 풀리자마자 급상승을 시작해 일주일 만에 시가총액이 9배나 상승했다. 같은 달 12일 1695원이던 주가는 19일 1만5600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거래정지 해제 외에는 적자 누적 등으로 특별한 호재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랐던 코데즈컴바인 사태의 재판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3월 코데즈컴바인은 주가가 18만원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70분의 1로 쪼그라든 25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급등락이 반복된다거나 불공정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종목에 제재를 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년 적자나 각종 비리에 얼룩진 기업들도 웬만하면 1년 개선기간을 부여해 살리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상장폐지되지 않고 거래가 재개되고 급등락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코스닥 자체가 신뢰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자체 정화 기능을 잃으면서 코스닥의 불성실공시법인도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48건에서 2015년 53건을 거쳐 지난해에는 72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은 43건에서 33건, 23건 순으로 줄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닥 불성실공시법인은 올해도 이달 초까지 60건을 넘어서고 있다.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자정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기업사냥꾼의 인수·합병 문제나 주가조작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며 "작전주, 테마주를 솎아내고 건전한 창업·중소기업만의 자금 조달 창구가 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조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장 정화와 함께 코스닥에서도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기업 같은 다양한 스타 기술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시장을 리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