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신입 여직원이 사내에서 다수의 남성으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홈쇼핑 업체들이 한샘 판매 방송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이다. 사건 발생 후 한샘 본사 측이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불매운동 목소리가 커지는 등 여론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는 탓이다.
6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전일 오후 방송 예정이던 '칼리아X한샘 마테라소파 방송'을 무기한 연기했다. 62년 전통의 고급 이탈리아 소파 브랜드 칼리아와 한샘, 현대홈쇼핑이 공동 기획한 론칭 특별 생방송이었지만 방송하지 않았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한샘 성폭행 논란이 커지면서 방송을 강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편성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이번 주 한샘 판매 방송을 예정 중인 CJ오쇼핑과 GS홈쇼핑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회의에 들어간 상태다. 오전 내 방송 여부를 결정한다.
전일 오전과 오후에 나눠 '한샘 올인원 하이클래스 시스템키친'을 2회와 붙박이장 1회 총 3회를 방송한 롯데홈쇼핑은 기존 대비 판매 실적이 10% 떨어졌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성폭행 논란 때문에 실적이 떨어졌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 남은 한샘 판매 방송을 어떻게 할지 회의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샘은 홈쇼핑 업계 '큰 손'으로 불린다. 가구는 물론 주방과 욕실 등 시공·인테리어 사업을 함께 하면서 관련 카테고리 내 비중이 업체별로 최대 절반을 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입점업체라 하더라도 한샘 같은 대형사는 유통업체가 일방적으로 방송 중단을 결정하기 어렵다. 국내 시공 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재를 찾기도 쉽지 않아 한샘이 빠지면 즉각 홈쇼핑 시공·인테리어 관련 매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쇼핑 업체들이 한샘 방송을 중단하거나 추가 편성에 회의적인 것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판매 제품과 유통사 이미지가 직결돼 홈쇼핑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말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한샘 신입 여직원이 사내 동기와 교육담당자, 인사팀장으로부터 몰래카메라 촬영과 성추행, 성폭행 등을 당했다는 주장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해당 동기와 인사팀장은 해고됐으며 교육담당자는 성폭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 4일 경영지원 총괄 사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해당 여직원에 대한 지원 등을 약속하며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전일 추가로 올라온 신입 여직원의 글에는 회사로부터 이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포탈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한샘 교육담당자 성폭행 사건의 올바른 조사와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으며,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불매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도 한샘 성폭행사건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