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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장훈 감독이 말한 ‘조덕제 성추행 사건’ A to Z
입력 2017-11-04 09:53 
‘조덕제 성추행 사건’ 관련 장훈 감독 인터뷰 사진=신미래 기자
[MBN스타 신미래 기자] 성(性)과 관련된 사건은 민감하다. 지술의 토씨 하나만 달라도 입장이 바뀌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장훈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서 벌어진 ‘조덕제 성추행 사건의 두 배우와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5년 4월 장훈 감독이 연출한 저예산 영화 촬영장에서 조덕제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여배우 A씨는 부부강간의 피해자 아내 역을 맡아 연기했다. 문제가 불거진 장면은 A씨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씬이다. 문제의 장면은 남편이 아내를 현관문에서 강간을 시도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A씨의 등에 분장한 멍이 보이면서 극중 부부강간 피해 여성임을 암시적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장면이다.

◇ 조덕제 오버액팅, 당시 연출 입장에서는 OK컷

당시 조덕제 씨와 여배우의 연기는 내가 디렉팅한 범주 안에 들어있었기에 오케이 컷이 된 게 맞다. 다만 몇 번의 리허설과 배우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속옷을 찢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둔 상태였다. 또한 조덕제 씨에게 바스트 컷이었기 때문에 상체 위주의 연기를 과감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어느 한편으로는 여배우 입장에서는) 속옷까지 찢어진다는 생각은 못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난 (속옷을) 찢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찢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성추행이 있었는가와 별개로 화면에 담긴 배우들의 연기가 연출 의도에 부합된 것은 사실이다. 원래 콘티는 더 과격했다. 바지까지 찢는다는 말도 있었다.”

◇ 첫 촬영, 첫 씬 그리고 총 세 번의 리허설 진행

사고 장면은 2015년 4월16일 총 22회차에서 7회차 촬영이었고, 여배우는 2회차, 조덕제 씨는 첫 촬영이었다. 문제의 장면을 찍을 시간은 총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아는 지인의 집이었고, 현장에는 집주인이 있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찍어야했던 촉박한 상황이었다. 30분 중 20분은 리허설 하는데 주력했고, 앵글에 담을 시간은 10분밖에 되지 않았다. 리허설을 마친 후 저를 포함한 몇몇의 스태프들은 촬영장소와 떨어져 있는 다른 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촬영 장면을 확인해야 했다. 당시 모니터 상으로는 저의 디렉션에 준하여 상반신의 장면이었고, 문제점을 발생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덕제 씨가 A씨의 음부를 만졌는지에 대한 여부는 모른다.”

장훈 감독은 당시 현장에서 세 번의 리허설이 진행된 가운데 조덕제가 알 수 없는 의미가 담긴 말을 했다고 밝혔다. 사고 장면을 모니터로만 확인한 제가 오케이를 외쳤다. 근데 조덕제 씨가 한 번 더 촬영을 하자고 하더라. 그 의미는 잘 모르겠다. 이후 안방에서 A씨와 마주쳤고,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배우들과 이야기도 나눴다”고 말했다.
‘조덕제 성추행 사건 관련 장훈 감독 인터뷰 사진=신미래 기자

◇ 메이킹 영상, 조작...제작사와 협의 없는 일방적인 공개

한 매체에 의해 공개된 메이킹 영상으로 인해 장훈 감독의 존재가 사건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2분여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장훈 감독이 조덕제에게 디렉팅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장훈 감독은 조작된 영상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에 제출된 메이킹 영상은 8분이다. 그러나 디스패치에 보도된 영상은 2분밖에 되지 않는다. 수십 번을 봤는데 뒤죽박죽되어 있더라. 제 기억을 더듬고, 분석해서 자료를 제출했더니 (영상 조작된 사실이) 인정됐다. 제가 연출한 사람으로서 그날의 메이킹 영상은 최소 30분이 나와야한다. 교묘하게 편집됐다. 찍은 대로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황당했다.”

이어 장훈 감독은 문제의 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 매체는 메이킹 영상 속 장훈 감독이 조덕제에게 한 따까리 해야죠”라고 따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장훈 감독은 하는 데 까지 해야죠”였다고 정정했다. 또 A씨의 눈치 보고 있다는 장면에 대해 당시 옆에는 지인인 집주인이 철수를 재촉하며 버티고 있었다”라며 A씨가 아닌 촬영 장소로 빌린 집주인의 눈치를 봤다고 주장했다.

장 감독은 또 상영기사 B씨가 제작사 소유권인 메이킹 영상을 제출하지 않고, 법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개봉 전 홍보의 목적으로 촬영 현장을 스케치하는 메이킹 영상은 B씨가 촬영했고, 소유권자인 영화사에는 제출조차 하지 않고, 모든 원본 또한 B씨가 가고 있다. 전체 촬영이 끝난 후 제작 PD가 B씨에게 제작사 소유권의 영상인데 제작사 허락도 없이 왜 가져오지도 않고, 마음대로 활용하냐고 했더니 자신이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고, 결국 제작사에는 주지도 않다고 들었다. 검찰에 제출된 메이킹 영상, 전체 8분 여중에 6분 37초까지는 제가 부분적으로 해당 배우들에게 대략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뒤죽박죽 섞여 나온다. 그런데 제가 여배우한테 설명하는 장면은 자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세 번의 전체 리허설 장면에서 제가 해당 배우들에게 했던 말들은 모두 영상에 없다.”
‘조덕제 성추행 사건 관련 장훈 감독 인터뷰 사진=신미래 기자

◇ 너무 치욕스러워요”...장훈 감독의 속마음

조덕제는 감독의 디렉션대로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연기했을 뿐, 고의로 여배우에게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장훈 감독은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양심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 베테랑 배우라면 감독이 지시대로 연기했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다. ‘나는 성추행을 안 해서 떳떳하다고 해야 한다. 자꾸 저를 끌어들이는 것 같다. 만약 진짜로 그렇다고 생각하면(감독의 지시대로 연기했다) 나를 고소하는 게 맞다. 너무 치욕스럽다. 제가 비겁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 아니냐.”

제가 여배우 편을 들어준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건 민감한 사건이다. 조덕제 씨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아니라면 평생 제가 미안할 일이다. 사건 벌어진 씬이 초반 촬영이었고, 두 사람에게 일주일동안 시간을 줬다. 당시 두 사람을 이야기 해보라고 주선까지 했다. 두 사람이 붙는 신을 미뤘다. 그런데 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되기가 어렵더라. 사고 2, 3일 뒤 조덕제 씨가 A씨에게 하차 의사 담긴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고 이야기만 들었다. 이후 총괄피디부터 스태프들 모여서 배우의 뜻대로 하자고 논의했고, 하차를 통보하게 됐다. 그런데 조덕제 씨가 하차 소식에 반발하더라.”

◇ 그래서 주요한 논점은?

(성추행 여부의) 논점은 조덕제 씨가 하체를 만졌냐 아닌가라고 본다. 난 모르지 않냐. 조덕제 씨가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난 조심스럽다. 바스트신만 찍는데. 정황상 보지 않았지만 검찰은 그걸 집요하게 물었다. 연기를 하다 보면 키스신을 찍는데 감독이 키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걸 말하는 경우가 어디있냐. 조덕제 씨도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까 찢었지 않겠냐고 했다. 액션이 있는 장면은 충분하게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어느 정도 들어갈 수도 있고 감독도 최종적으로 보면서 연출의 의도가 맞으면 오케이다.”

현재 법원은 조덕제에게 1심은 무죄를, 2심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양측은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다.

장훈 감독은 좋은영화 만들어 보겠다고 적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참여했던 모든 스텝과 연기자분들께 참 많이 부족한 감독으로서 한없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된 두 연기자분께도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말을 남겼다.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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