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비규제·중견건설사…그곳엔 청약 `구름인파`
입력 2017-11-03 16:06  | 수정 2017-11-03 17:33
3일 오픈한 서울 구로구 `서울 항동지구 제일풍경채` 견본주택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하루에만 방문자 2500명이 몰렸다. [사진 제공 = 제일건설]
연말 분양대전 초반판세
연말 아파트 청약 성적을 좌우한 두 가지 키워드는 '정부 규제'와 '가성비'였다. 작년부터 쏟아져 나온 융단폭격식 규제를 피한 곳에는 수많은 실수요자가 몰렸고, 그렇지 못한 곳은 한산했다. 또 브랜드 파워가 강한 대형사 못지않은 중견 건설사의 선전도 돋보였다. 가성비가 좋고 대형사보다 오히려 구조나 평면에 신경 쓴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잡은 이유로 보인다. 이는 3일 매일경제가 이번 한 주간의 청약 성적을 분석한 결과다.
당초 이번주 청약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4066가구 대단지로 조성되는 '고덕 아르테온'이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라는 1군 건설사 컨소시엄으로 조성되는 대형 단지로, 지하철 5호선 역세권에 위치해 입지가 좋아 역대급 청약경쟁률이 예상됐다. 그러나 전체 평균 청약경쟁률이 10.52대1에 그쳤다.
서울 전체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동시에 묶인 데다 정부가 규제를 발표하며 전면전을 선언한 소위 '강남 4구'에 들어간 것이 예비 청약자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줬다는 후문이다. 청약 요건이 강화돼 1순위 청약통장 개수 자체가 확 줄었고, 대출도 조여져 생각보다 적은 사람이 청약 접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에서 가장 비싼 3.3㎡당 170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로 화제를 모은 대림산업의 '녹번 e편한세상 캐슬'은 1순위 청약에서 9.82대1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중랑구 면목동에서 공급된 현대산업개발의 '사가정 센트럴 아이파크' 역시 서울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에 입지가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 4.49대1에 만족해야 했다.

한동안 수백 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연일 기록 경신에 나서는 듯했던 부산 역시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의 성적은 저조했다. 부산 일광신도시의 '일광한신더휴'는 간신히 미달을 면했고, 대기업 브랜드에 3590가구 대단지로 조성돼 관심을 모았던 부산시 동래구의 '동래 롯데캐슬 퀸'도 규제 여파를 피해 가지 못하고 이 지역에선 기대에 못 미치는 18.99대1의 경쟁률을 냈다.
그러나 규제를 피해 간 곳은 달랐다. 지난 1일 청약 접수를 받은 인천 송도의 '송도 SK뷰 센트럴'은 191가구 모집에 2만3638명이 몰려 평균 청약경쟁률 123.76대1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비규제지역이라 전매 등이 자유로운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기뿐 아니라 부산·대구까지 미친 규제의 칼날을 피해 간 광주광역시에 2336가구 대단지로 조성되는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의 '광주 그랜드센트럴'도 전 타입 1순위 마감하며, 평균 청약경쟁률 18.11대1의 좋은 성적을 받아 들었다. 오는 10일부터 지방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전매제한이 걸려 그 전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실제 결과도 예상대로 나왔다.
중견 건설사의 약진도 돋보였다. 경기도 시흥시 은계지구의 마지막 민간분양 물량으로 주목받은 제일건설의 '시흥 은계지구 제일풍경채'는 346가구 분양에 362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0.48대1을 기록했고, 동원개발의 '시흥시청역 동원로얄듀크' 역시 1순위 경쟁률 17.97대1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들은 대기업 브랜드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아니지만, 택지지구 분양이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전용면적 84㎡ 기준 3억1000만~3억60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실수요자들을 사로잡았다.
중견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브랜드 파워를 소비자 선호 평면이나 설계, 커뮤니티시설로 극복하려는 측면이 있는데, 이 역시 인기에 한몫했다. '시흥 은계지구 제일풍경채'는 전 가구가 남향으로 배치됐고, 면적과 관계없이 4베이 구조에 넓은 광폭거실, 알파룸 등이 제공되는 등의 장점을 적극 어필했다. 또 시흥시가 서울시 구로구와 바로 붙어 있으면서도,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이 높은 인기를 얻는 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방에서도 비규제지역 중견사의 힘은 증명됐다. 대구광역시 달서구에 있는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는 137가구를 모집하는 데 청약통장 2469개가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18.02대1로 웬만한 서울 지역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다음주 청약 역시 이번주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지방 분양 물량이 꽤 된다. 광주 북구에 조성되는 1196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 연제'나 롯데건설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1230가구 규모로 조성하는 '연산 롯데캐슬 골드포레', 울산 동구 전하동 '전하KCC스위첸'은 모두 지방 민간택지 아파트의 전매제한 규제를 피하는 마지막 단지들이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방의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는 천안시 불당동 '천안 불당 금호어울림'도 8일 청약을 접수한다. 상대적으로 서울·경기 물량은 적다. 서대문구 홍은동에 조성하는 '북한산 두산위브 2차'와 구로구 항동지구 '서울 항동지구 제일풍경채', 경기도 이천시 '이천마장 2차 호반베르디움'이 전부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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