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육·성장·재투자 선순환되는 창업특별시 서울 만드는 중"
입력 2017-11-03 13:23  | 수정 2017-11-03 14:18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 [사진 = 한경우 기자]

일자리 부족 문제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정부·지방자치단체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미래가 불확실한 창업보다 안정적인 대기업·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걸 더 선호한다. 심지어 대기업에 취업할 때 내세울 경력을 마련하기 위해 창업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공공기관이 일자리를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스템이 갖춰진 기업 입장에선 사람 대신 기계를 쓰는 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향후 막대한 예산 부담이 돌아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공공부문 일자리라도 늘려 취업난을 완화하겠다는 고육책을 추진하면서 야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취업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정부는 지난 2일 '혁신창업 조성 방안'을 내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 창업 조성 방안을 발표하고 "민간 중심의 혁신 창업을 통한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같은날 서울시는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2017 서울창업박람회'를 개최했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지난 6월 21일 개관한 서울창업허브를 거점으로 주제별 창업센터를 확장해가며 오는 2020년까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 직전 단계의 벤처기업을 10개 배출할 것"이라며 "서울을 '창업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새로 만든 서울창업허브나 앞으로 확장해나갈 주제별 창업센터는 사람을 모으기 위한 시설이다. 현재 서울 홍릉에 바이오창업센터가, 가락시장에 먹거리창업센터가 각각 운영되고 있다. 서 본부장은 "미국 메사추세츠의 메스로봇이나 보스턴의 랩센추리처럼 같은 분야의 창업자들이 모여 있으면 정보교류, 네트워킹, 인수·합병(M&A)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홍릉은 고대안암병원·서울대병원·경희대병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1일 개관한 서울창업허브 내 공용공간의 모습. [사진 = 한경우 기자]
각 창업센터의 거점이 되는 서울창업허브는 절반은 창업기업들의 입주공간으로, 나머지 절반은 공용공간이나 지원 시설로 채워져 있다. 서울창업허브를 개관하는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서울창업허브의 주인이 돼 민간 기관처럼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한 창업기업들은 1~2년동안 서울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뒤 후배 창업기업에 자리를 내주고 독립해야 한다. 독립하려면 벤처캐피탈과 같은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지해야 하다. 이를 위해 서울산업진흥원은 제휴를 맺은 벤처캐피탈을 서울창업허브에 입주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기 돈을 투자해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유치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지난 정부 때부터 스타트업을 통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탓에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해 준비가 부족한 창업자들도 많았다고 서 본부장은 토로했다.
이에 서울산업진흥원은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하기 전 단계로 예비 창업자들을 보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코칭을 받아 예비 창업자들은 자신이 창업하려는 분야의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시제품을 만든다. 이후 시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할 기회가 주어진다.

서 본부장은 예비 창업자들이 해야 할 준비의 기준으로 투자시장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창업한 분야의 시장 분석은 물론이고, 해당 분야에 어떤 투자자가 있는지, 같은 분야의 선배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규모의 투자를 받았는지, 그 투자금을 활용해 어떻게 기업을 키웠는지를 분석한 뒤 창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준비해도 소위 대박을 치는 창업자는 드물다. 서울산업진흥원 역시 현재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전부 대박을 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공개(IPO)나 M&A와 같은 스타트업의 성공기준에 미치지 못한 창업자에게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면 안 된다고 서 본부장은 강조했다. 같은 업종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이 나오면 주변의 다른 창업자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성공확률을 계산할 때 IPO나 M&A만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스타트업에서 벤처기업을 거쳐 중소·중견기업 이상으로 성공한 선배들이 후배 창업자들을 이끌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서울시의 최종적이 목표다. 서 본부장은 "성공한 창업 1세대가 후배 창업자를 이끌면서 생태계가 확장되면 대학의 우수한 인재들도 공무원 시험보다 창업 현장에 뛰어드는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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