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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 만난 ‘은퇴’ 이승엽의 첫 외출 “최고보다 최선을”
입력 2017-11-03 11:52 
이승엽은 3일 공주시립박찬호야구장에서 열린 제17회 박찬호기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은퇴 이후 첫 공식 행보다. 사진(공주)=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공주) 이상철 기자] 이승엽(41)이 공주에 떴다. 제17회 박찬호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 개막식에 초청됐다. 은퇴 후 ‘백수가 된 그의 첫 공식 행보다.
이승엽은 3일 공주시립박찬호야구장에서 열린 제17회 박찬호기 전국초등학교 야구대회 개막식에 박찬호를 비롯해 조인성, 배우 오지호와 함께 참석했다. 그가 은퇴경기를 뛴 지 정확히 1달이 지난 뒤였다.
이승엽은 야구꿈나무와의 만남으로 첫 행보를 나섰다. 평소 야구꿈나무와 만남을 희망했다는 이승엽이다. 현역으로 뛸 때는 경기 일정 등으로 참석하기가 쉽지 않았던 터라 때마침 일정이 맞아 박찬호의 권유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축사에서 은퇴 후 첫 자리로 어린 후배들을 만나게 돼 기쁘고 고맙다. 대회 기간 짧겠지만 많은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 그리고 야구를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부상 없이 부모님이 뿌듯해하실 플레이를 펼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승엽은 이어 프로는 1등만 존재한다. 그렇지만 아마추어는 최고가 되기 위한 발판을 다지는 곳이다. 최고보다는 최선이 중요하다. 현재 좋은 실력도 지금의 행복일 뿐이다. 학부모 및 아마추어 지도자께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아마추어에서는)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선수를 더 잘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은퇴 후에도 슈퍼스타였다. 그는 야구꿈나무와 기념촬영 후 일일이 손을 마주쳤다. 존경했던 야구선수와 만남에 전국에서 모인 야구꿈나무는 믿기지 않는 듯 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학부모는 긴 줄을 서기까지 했다.
아직까지는 은퇴 후 삶이 잘 실감나지 않는다는 이승엽이다. 그는 선수 시절에도 이 시기에는 쉬고 있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내년 1,2월이 돼도 스프링캠프를 가지 않으니 그때 가서 더 실감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승엽은 은퇴 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푹 쉬었다. 그는 아들과 농구, 탁구를 하고 한강에서 자전거도 탔다. 학원을 갈 때는 (다른 부모처럼)차량에 태워주기도 했다. 저녁식사도 계속 함께 한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아빠로서)잘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승엽은 현재 ‘무직이다. 진로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은퇴 전부터 공부, 휴식, 해설위원 등 여러 가지 선택을 두고 고민했다. 혼자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고심이 깊어진다. 적어도 한 가지 선택지는 지워졌다. 해설위원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승엽은 아직은 해설위원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이 없다. 23년간 선수로 뛰었으나 준비 없이 해설위원을 하는 것은 방송사와 야구팬에게 죄송스러운 일이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 하고 싶기는 하나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공부를 할지, 아니면 1년간 쉴지를 두고 가족과 상의하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잘한 선택을 하고 싶다. (박)찬호형은 공부를 권유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신중하게 고심하고 있다. 적어도 연내에는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승엽은 은퇴 이후에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얼마 전 막을 내린 포스트시즌도 챙겨봤다. 재미있게 시청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움도 남아있다. 그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은 2015년 한국시리즈(준우승)이다. 그때는 그 시리즈가 마지막일 줄 몰랐다. 그 마지막은 삼성의 후배들도 마찬가지다.
이승엽은 후배들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국시리즈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8개 팀은 그 무대에 초대되지 못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삼성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는데, 후배들이 이를 보면서 악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제 내가 없으니 내년에는 미친 듯이 뛰어주기를 바란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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