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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결산] 류현진, 비관을 극복했다
입력 2017-11-03 06:01  | 수정 2017-11-03 06:09
류현진은 포스트시즌을 지켜만 봐야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월드시리즈 7차전이 끝난 LA다저스 클럽하우스는 조용했다. 취재진이 계속해서 들어왔지만, 선수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패배의 충격은 그만큼 컸다.
취재 대상을 찾기 위해 서성이는 취재진 사이로, 검은 캐주얼 복장의 류현진이 말없이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다. 취재진 몇 명이 다가갔지만, 그는 정중히 인터뷰를 거절하고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다.
LA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은 2017시즌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못했다. 다저스는 그대신 알렉스 우드를 포스트시즌 로테이션에 넣었다. 류현진은 불펜으로 활용하는 대신, 임시 선발로 대기시켰다.
그렇게 그는 쓸쓸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팀이 7차전에서 패하면서 우승반지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렇다고 그의 이번 시즌을 실패라고 규정하기에는 그는 올해 너무 많은 일들을 해냈다.

류현진 최종 성적
25경기(선발 24경기) 126 2/3이닝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 22피홈런 45볼넷 116탈삼진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류현진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5월 어깨 수술을 받은 그는 지난해 7월 복귀전을 가졌지만, 이후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남은 시즌을 모두 뛰지 못했다. 시즌 막판에는 팔꿈치 괴사조직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현지 기자들은 기자를 마주칠 때마다 "류현진이 내년에도 던질 수 있을 거 같으냐"는 말을 "오늘 날씨 어때?"처럼 건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스프링캠프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무엇을 기대할지 몰랐던 이 선수는 이번 시즌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됐고, 팀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1.2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록했다.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타박상에 의한 부상자 명단 등재였고 사실상 이닝 관리 성격이 짙은 이동이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4마일까지 기록했다. 시즌 도중에는 커터라는 새로운 무기를 얻었다.
지난 8월 메츠 원정에서 역투하고 있는 류현진. 메츠 원정은 이번 시즌 최고 등판
중 하나였다. 사진=ⓒAFPBBNews = News1

류현진 등판 기록(한국시간)
4월 8일 vs콜로라도(원정) 4 2/3이닝 6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 패
4월 14일 vs컵스(원정) 4 2/3이닝 6피안타 6피안타 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4실점 패
4월 19일 vs콜로라도(홈) 6이닝 7피안타 3피홈런 1볼넷 7탈삼진 4실점 패
4월 25일 vs샌프란시스코(원정) 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패
5월 1일 vs필라델피아(홈) 5 1/3이닝 3피안타 3볼넷 9탈삼진 1실점 승
5월 12일 vs콜로라도(원정) 4이닝 8피안타 6볼넷 4탈삼진 10실점 패
5월 19일 vs마이애미(홈) 5 1/3이닝 7피안타 2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 승
5월 26일 vs세인트루이스(홈) 4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세이브
6월 1일 vs세인트루이스(원정) 6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 ND
6월 6일 vs워싱턴(홈) 7이닝 7피안타 1피홈런 4탈삼진 4실점 패
6월 12일 vs신시내티(홈) 4이닝 6피안타 3피홈런 5탈삼진 4실점 ND
6월 18일 vs신시내티(원정) 5이닝 8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 승
6월 23일 vs메츠(홈) 5이닝 5피안타 2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 ND
6월 29일 vs에인절스(원정) 5 2/3이닝 7피안타 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 ND
7월 25일 vs미네소타(홈) 5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 ND
7월 31일 vs샌프란시스코(홈) 7이닝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ND
8월 7일 vs메츠(원정)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승
8월 13일 vs샌디에이고(홈) 5이닝 7피안타 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 ND
8월 20일 vs디트로이트(원정) 5이닝 3피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 ND
8월 25일 vs피츠버그(원정) 6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
8월 31일 vs애리조나(원정) 4이닝 8피안타 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6실점 패
9월 6일 vs애리조나(홈) 6이닝 3피안타 5볼넷 7탈삼진 1실점 ND
9월 18일 vs워싱턴(원정) 4 2/3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ND
9월 24일 vs샌프란시스코 2 1/3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실점 패
9월 30일 vs콜로라도(원정) 2이닝 6피안타 3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 패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시기는 6월 18일 신시내티 원정부터 8월 25일 피츠버그 원정까지 9경기였다. 다저스가 이번 시즌 가장 뜨거웠던 시기, 그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9경기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2.13(50 2/3이닝 12자책)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팀은 이 9경기에서 8승 1패를 기록했다. 7월 31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동갑내기 친구 황재균과 투타 대결을 벌이는 꿈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무리는 아쉬웠다. 8월 31일 애리조나 원정에서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이후 퀄리티 스타트는 한 차례에 그쳤다. 마지막 3경기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투수와의 대결을 매듭짓지 못하며 무실점에도 5회를 못넘긴 워싱턴 원정, 타구에 팔을 맞았던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 난타를 허용했던 콜로라도 원정까지. 차라리 이런 내용 때문에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 합류가 불발됐다고 생각하면 위로가 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닌 듯하다. 우드는 자신이 시즌 마지막 등판(9월 27일)을 마치고 다음 날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3.77이라는 홈런 폭증 시대 썩 나쁘지 않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이닝당 출루 허용률(1.366),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4.74), 피안타율(0.263) 등 투구 내용을 보여주는 기록들은 썩 좋지 못했다. 한마디로 "많이 맞았다".
많이 맞았지만, 피해는 크지 않았다. 권투로 비유하면 잽은 계속 맞는데 KO는 당하지 않는 그런 유형이다. 이번 시즌 만루 위기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로버츠 감독은 이와 관련해 "그는 항상 안타를 맞는다. 그러나 필요할 때는 좋은 공을 던져 위기에서 벗어나고 피해를 줄인다. 그는 나에게 있어 위닝 피처다"라는 말을 남겼다.
류현진은 더 나은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포스트시즌 기간 류현진을 잊고 있었던 현지 기자들은,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 투수들의 부진이 거듭되자 류현진의 부재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MLB.com의 다저스 담당 기자 켄 거닉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류현진이 로스 스트리플링, 브랜든 맥카시보다는 잘던졌을 것"이라며 다저스의 불펜 운영을 꼬집었다. LA타임즈의 케빈 백스터 기자는 시리즈가 끝난 뒤 "류현진이 차이를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주위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류현진은 차분히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포스트시즌 기간 그는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 소개 때 손만 흔든 것이 아니다. 투구에 힘을 싣고 밸런스를 개선하기 위해 투구폼을 수정했고,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을 보완하기 위해 투심 패스트볼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이제 다저스와의 계약이 1년 남은 류현진이 다음 시즌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는 솔직히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난여름에도 그에게 관심을 보인 팀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겨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 팀이 됐든, 류현진의 2018시즌은 올해의 아쉬움이 동기부여가 되는 그런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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