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東進하는 청계천변 도심개발
입력 2017-11-02 17:38  | 수정 2017-11-02 19:47
44년 만에 정비되는 서울 중구 장교12지구는 현재 공사 가림막이 쳐져 있다. 사진 오른쪽에 2011년 완공된 시그니처타워가 보인다. [박인혜 기자]
수표로 일대 44년만에 개발 허용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청계천변 일대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나아가며 개발되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청계천변 동쪽에 위치한 중구 수표동 47-1 일대가 44년 만에 정비된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1일 열린 본회의에서 '장교구역 제12지구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지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에 따라 높이 70m의 오피스빌딩이 올라갈 수 있게 됐다. 바로 옆 시그니처타워가 17층 높이다. 이 땅은 현재 공터지만 땅 주인이 오피스빌딩 개발계획을 세워 시에 제출한 상태다.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서 정비구역 지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고시를 거쳐 건축심의 후 본격적인 공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1973년 도심재개발구역 지정 이후 40년이 넘도록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방치돼 왔던 일대가 오피스빌딩 신축으로 깔끔하게 정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1606.3㎡ 넓이의 이 구역에 기준 높이 70m, 건폐율 70% 이하, 용적률 950% 이하로 빌딩 등을 신축할 수 있도록 했다.

시 관계자는 "인근 수표교나 조선시대 서민 의료기관인 혜민서 터 복원 등과 맞물려 기반시설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이번 장교구역 제12지구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지정안 통과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또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해 주변 임대료의 80% 수준으로 도심 내 벤처기업 집적시설을 짓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장교구역 제12지구 일대에 벤처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오피스빌딩이 들어서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벤처기업이 많이 들어서게 되면 서쪽 광화문과 종각역 쪽에 비해 다소 한산했던 이 일대에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젊은 층이 많아져 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맛집이나 카페 등도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도심 중에서도 다소 소외됐던 청계천 서쪽이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청계천 주변은 2001년 광화문 사거리와 가까운 현 청계광장 인근에 서울파이낸스센터(SFC)가 들어서며 약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개발은 더 활기를 띠게 됐다. 특이할 만한 점은 청계천변 서쪽에서 동쪽으로 점차 이동하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1986년 지어졌으나 2006년 리모델링을 거쳐 지하 5층~지상 17층 건물로 새롭게 탄생한 대우조선해양(DSME) 빌딩이 뒤를 이었다.
이 빌딩은 최근 캡스톤자산운용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사들여 외국계 부동산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컨설팅을 의뢰해 저층부 상권 구성을 다시 짜기로 하면서 변화가 예고됐다.
이후 2010년에는 을지로2가 북쪽 블록에 미래에셋센터원빌딩과 페럼타워가 동시에 준공되면서 낙후됐던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래에셋센터원빌딩은 지하 8층~지상 32층 2개동 규모로 지어졌는데, 연면적 기준으로 보면 서울파이낸스센터보다 1.4배 넓은 16만8000㎡ 수준으로 거대하게 조성됐다. 같은 해 지어진 페럼타워도 청계천변 안쪽에 지어지면서 미래에셋센터원빌딩과 연계돼 광화문이나 종로 일대에 비해 부족했던 유동인구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용산 본사 이전까지 사용하던 시그니처타워가 청계천변 동쪽으로 지어지면서 이 일대 개발과 고층 빌딩화를 가속화했다. 이어 1987년 준공돼 낡은 한화 장교빌딩이 2015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한화 계열사 상당수가 사용하고 있는 이 빌딩은 리모델링을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진행해 2019년께 전체적인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리모델링 3년 차에 들어선 현재 한화 장교빌딩은 기존에 비해 훨씬 더 깔끔해진 외관을 자랑한다. 이 한화 장교빌딩과 직선거리로 250m 내에 있는 시그니처타워 바로 옆 노후된 장교 제12지구까지 개발의 길이 열리면서 청계천변 동쪽 방향으로 훨씬 더 깔끔한 도심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청계천변은 광화문역이 있는 서쪽을 중심으로 개발되며 상권이 형성됐지만 2010년 이후 청계천변 동쪽으로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면서 을지로와 명동까지 연결되는 축이 형성됐다"면서 "동대문에서 명동, 광화문에 이르는 동서축 개발이 완료되려면 대표적 낙후지역인 을지로 4·5가 일대 개발이 과제"라고 평가했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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