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핫딜 막전막후] 카버코리아, 유니레버에 1조2천억 웃돈받고 팔린 까닭
입력 2017-11-02 17:31 
◆ 레이더M ◆
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 3조2289억원에 매각됨에 따라 매각자인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 컨소시엄과 이상록 회장은 2조5100억원에 달하는 매각 차익을 얻었다.
사드 여파로 인해 국내 화장품 기업이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막대한 매각 차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빛나는 성과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2016년 6월 카버코리아 지분 60.39%를 이 회장 등으로부터 사들였다.
이 회장은 지분 매각 이후에도 여전히 지분 35%를 가진 주요 주주로 경영에 계속 참여해왔다.
카버코리아가 다른 화장품 기업과 차별된 대목은 AHC가 갖는 브랜드 파워다. 배우 이보영, 김혜수, 강소라 같은 국내 톱스타는 물론 해외 스타 앤 해서웨이까지 모델로 기용하며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브랜드 파워에 카버코리아와 거래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에 대한 매력이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를 끌어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은 문화적·언어적 장벽 등의 요인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ODM 기업과 협업하기 쉽지 않다"며 "카버코리아를 통해 국내 ODM 기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니레버가 카버코리아 인수를 통해 아시아 화장품 시장 공략 거점을 마련함과 동시에 화장품 생산 품질관리를 위한 '매니저'를 고용하는 효과까지 얻은 셈이다. 카버코리아는 기업이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1830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 매각가가 통상 EBITDA 대비 10배 수준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니레버는 1조2000억원 넘는 추가 프리미엄을 주고 잡은 셈이다.
덕분에 지분 35%를 들고 있던 이 회장은 매각대금으로 1조원 수준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는 당초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카버코리아를 인수할 당시 지분 100% 환산 기업 가치인 7167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 기업 가치에 힘을 기울인 결과 기존 오너 역시 이익을 얻으며 윈윈한 셈이다.
국내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 회장의 성공신화에 고무된 기업 오너들이 베인캐피털을 찾아 기업을 사 달라고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향후 베인캐피털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역할이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정우 한국대표가 임명된 2015년 이후 카버코리아 외에 바이오기업 휴젤까지 인수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나가며 가장 선구안이 뛰어난 사모투자펀드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관계자는 "이 회장이 공연과 음악 등에 대한 개인적 열정이 많고 조예도 깊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화장품업에 이어 엔터테인먼트업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