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트럼프 호텔서 편하게 잠 재우지 않겠다는 反美시위대
입력 2017-11-01 16:50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빈 방문을 일주일 앞두고 진보단체들이 '반미시위' 세몰이에 본격 나섰다. 오는 4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예고한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에는 호텔 앞까지 쫓아가 시위를 갖는 등 '24시간 비상행동'을 선언했다. 최근 시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형을 불로 태우며 '화형식'을 여는 등 고조되는 강경 반미시위 분위기에 미국과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과 함께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경비당국도 초긴장 상황이다.
1일 민주노총 주도로 220여 개 노동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만든 'NO 트럼프, NO WAR 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평화시국회의를 개최했다.
'전쟁광·무기장사꾼·통상 압력 트럼프는 오지마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앞으로 시민단체 회원 등 관계자들은 '트럼프 오지마' '트럼프 방한 반대' 피켓을 들었다. 시국회의에 발언자로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자체가 비극이며,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정말로 보고 싶지 않다"며 "촛불항쟁으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촛불혁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자주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한이 예정된 오는 7일과 8일 트럼프대통령 일정에 맞춰 '전국집중 24시간 비상행동'을 선언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하얏트 호텔에서 잠 재울 수 없다. 호텔 앞에 가서도 투쟁하겠다"며 "청와대는 물론 국회 가서 연설할 수 없도록 국회에서도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방한시 대부분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숙박을 했지만 현재 트럼프대통령의 정확한 숙박장소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호텔 앞에서 과격시위가 벌어질 경우, 호텔 측에 막대한 영업지장도 예상된다.
이날 공동행동은 '트럼프 점화 지도'를 제작하며 반미 시위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캐리커처로 그린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불로 태우는 이미지를 담은 점화지도를 내세워 오는 4일 수도권과 울산, 광주와 경남 등 전국 동시다발 범국민 대회를 소개했다. 수도권에는 종로 르메이에르와 미 대사관 일대, 광주는 금남로, 울산 롯데백화점 앞 등 오는 4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있을 전망이다.
주최 측은 1인 시위와 현수막 게시, 소자보 부착 운동 등으로 개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만든 피켓 등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꿰매거나 촛불 캐릭터가 뺨을 때리는 등 조롱이 담긴 내용이 대부분이다. 주최 측이 만든 한 손 피켓에는 '촛불의 본때를 보여주자'고 적혀있기도 했다.
강경 반미 시위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안전사고 우려에 경찰도 초긴장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민주노총과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2017 통일선봉대'가 사드 철수를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형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가졌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인근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벌어진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에 비비탄 총알을 쏘고 발길질 시늉을 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또 문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붙여진 강아지 푸들 인형이 트럼프 대통령 가면을 쓴 참가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반 트럼프 집회에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문정현 신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 신부는 최근까지도 제주에서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해오다 지난 달 26일부터 광화문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이 끝나는 다음달 8일까지 미 대사관 앞에서 저녁마다 촛불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문 신부는 이날 시국회의에서도 "우리 행동(반미 시위)는 미국에 대한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모두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이에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차원에서 반미 시위는 우리 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둔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양키 고 홈'만 외치는 도 넘는 반미 집회는 오히려 미국 내 한반도 부정 여론을 키워 대북 문제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코리아 패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반트럼프 시위 주최 측 관계자는 "화형식도 의사를 전하기 위한 한 표현 방식이지 폭력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화형식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한 게 없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준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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