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국빈 방문을 일주일 앞두고 진보단체들이 '반미시위' 세몰이에 본격 나섰다. 오는 4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집회를 예고한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에는 호텔 앞까지 쫓아가 시위를 갖는 등 '24시간 비상행동'을 선언했다. 최근 시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형을 불로 태우며 '화형식'을 여는 등 고조되는 강경 반미시위 분위기에 미국과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과 함께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경비당국도 초긴장 상황이다.
'전쟁광·무기장사꾼·통상 압력 트럼프는 오지마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앞으로 시민단체 회원 등 관계자들은 '트럼프 오지마' '트럼프 방한 반대' 피켓을 들었다. 시국회의에 발언자로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자체가 비극이며,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정말로 보고 싶지 않다"며 "촛불항쟁으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촛불혁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자주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한이 예정된 오는 7일과 8일 트럼프대통령 일정에 맞춰 '전국집중 24시간 비상행동'을 선언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트럼프 점화 지도'를 제작하며 반미 시위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캐리커처로 그린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불로 태우는 이미지를 담은 점화지도를 내세워 오는 4일 수도권과 울산, 광주와 경남 등 전국 동시다발 범국민 대회를 소개했다. 수도권에는 종로 르메이에르와 미 대사관 일대, 광주는 금남로, 울산 롯데백화점 앞 등 오는 4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있을 전망이다.
주최 측은 1인 시위와 현수막 게시, 소자보 부착 운동 등으로 개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들 단체가 만든 피켓 등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꿰매거나 촛불 캐릭터가 뺨을 때리는 등 조롱이 담긴 내용이 대부분이다. 주최 측이 만든 한 손 피켓에는 '촛불의 본때를 보여주자'고 적혀있기도 했다.
강경 반미 시위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안전사고 우려에 경찰도 초긴장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민주노총과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2017 통일선봉대'가 사드 철수를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모형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가졌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인근 KT 광화문빌딩 앞에서 벌어진 트럼프 방한 반대 집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에 비비탄 총알을 쏘고 발길질 시늉을 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또 문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붙여진 강아지 푸들 인형이 트럼프 대통령 가면을 쓴 참가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준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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