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박근혜 청와대 4·13 총선 여론조사에 국정원 특활비 5억원 쓴 정황 포착
입력 2017-11-01 16:35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해 청와대가 자체 실시한 '총선용 여론조사'에도 국정원 돈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지난해 초 4·13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경선 등과 관련한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그 비용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지불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총선을 앞두고 비공식적으로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해 조사를 벌였으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국정원에 요구해 특활비 5억원을 현금으로 받았고, 이를 여론조사 업체에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날 이재만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50)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이 같은 혐의를 포함시켰다. 또 해당 여론조사 업체 한 곳을 압수수색해 자금 흐름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확보하고 업체 관계자를 조사했다. 4·13 총선 당시 대통령 정무수석은 현기환 전 수석이었고, 같은 해 6월 김재원 수석으로 교체됐다. 현 전 수석은 전임자인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함께 임기 중 국정원 특활비를 각각 수천만원씩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 11월1일자 A1·31면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5억원을 국정원에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와 이를 여론조사 업체에 전달한 관계자가 동일인물인지)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별개로 전날에 이어 이틀째 '문고리 3인방'을 불러 수사했다.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수십억원대 특활비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 체포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을 이날 다시 불러 돈을 어디에 사용했고, 그 대가로 국정원에 편의를 봐준 것이 있는지 등을 추궁했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이 정기적인 상납 외에 개인적으로 또다른 돈을 상납받은 혐의를 파악해 조사 중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안 전 비서관은 지난해 여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국정원에 연락해 "특활비 상납을 중단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날 밤 늦게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에 대해 "수사의 진행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 불러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을 체포 시한 내에 수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나머지 부분을 같이 진행할 만큼 수사에 여력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전 수석 등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 역할을 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앞서 불러 조사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부터 국정원에서 전직 국정원장들에 관한 자료를 공식 요청해 받고 있다"며 "자료가 없어도 충분히 입증 가능(할 만큼 조사가 이뤄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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