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68년만에 풀린 쇼팽 사망 미스터리?
입력 2017-11-01 16:10 

1849년 숨진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 '프레드릭 쇼팽'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한꺼풀 벗겨졌다. 폴란드 과학자들은 1일(한국시간) 할로윈을 기념해 발표한 특집 논문에서 "쇼팽의 시신에서 떼어낸 심장을 분석해봤더니, 결핵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한 게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폴란드 과학아카데미 산하 인간유전학연구소의 미하우 비트 박사 연구팀은 '미국 의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이 같은 결과를 실었다. 쇼팽의 시신에서 분리된 심장을 육안으로 관찰한 1차 결과보고서다. 2014년 9월 폴란드의 법의학자, 병리학자, 유전의학자들이 모여 170년 가까이 브랜디 병에 밀봉돼 있던 심장을 분석한 내역이 이제야 공개된 것이다. 비록 DNA 검사 전이라 사인(死因)이 100% 확실하지 않고 최종보고서도 아니지만, 현대 과학자들이 정식으로 내놓은 첫 연구논문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39세 나이로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죽음을 맞이한 쇼팽은 마지막 숨을 거두기에 앞서 "내가 생매장될지도 모르니, 부검을 확실하게 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프랑스 당국은 쇼팽이 사망 몇 달 전 진단받은 결핵을 사인으로 추정하고 사망 진단서를 발급했지만, 쇼팽의 누이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부검을 강행했다. 그런데 당시 부검 기록에 쇼팽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질병'으로 사망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후 "결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더욱이 기록이 소실되면서 사인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번 논문에 따르면 쇼팽의 심장을 관찰한 결과 그가 만성결핵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고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합병증의 일종인 '심낭염(pericardits)'이었다. 심낭염이란 다양한 질환이나 원인으로 인해 심장을 싸고 있는 두 겹의 막(섬유심장막, 장막심장막)으로 이뤄진 주머니에 염증이 생태를 말한다. 양쪽 심방이 과거 첫번째 부검 당시 상당히 손상되긴 했지만, 분명히 '결핵 혹'이 발견됐다.

시신과 분리된 쇼팽의 심장은 술병에 봉인된 채 긴 세월 여기저기 떠돌았다. 프랑스에서 러시아 국경수비대를 피해 폴란드로 밀반입됐고, 이후 한 교회의 기둥 안에 숨겨져 있다 2차 세계대전 나치의 지휘관 손에 넘어갔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바르샤바 성십자가 교회 기둥에 보관됐지만, 이내 2014년 9월 확실한 사인을 분석하기 위해 꺼내졌다. 당시 진행된 연구 내용이 정리된 보고서가 이번 논문이다.
그러나 사인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심장의 주인이 쇼팽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여전히 있고, 낭포성 섬유증을 확인하는 DNA 검사와 심장 조직 검사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트 박사는 3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아직 2014년 병의 뚜껑을 열어 분석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관계당국이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쇼팽 누이의 후손은 물론이고 폴란드의 추기경, 쇼팽협회 회장 등이 심장의 조직 및 유전자 검사에 완강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세계대전 중 바르샤바를 폐허로 만든 공습에서 독일 나치에게 심장을 빼앗겼을 당시 바꿔치기 됐다는 의구심도 있다. 1945년 애국심이 들끓는 와중에 쇼팽 심장의 재봉인 식이 열렸을 때 진위를 검증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심장이 담긴 병은 "2064년까지 건들지 말 것"이라는 권고문을 단 채 성십자가 교회에 재안치됐다. 비트 박사는 "50년 후에야 다시 검사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심층조사는 그 때서야 가능하다. 최종 보고서에서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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