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 취임 법회 열려
입력 2017-11-01 14:18 
설정 스님

"불교는 이 땅에 전래된 이래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하며 백성들의 귀의처가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불교는 이같은 자부심에 자성과 노력을 더해 민족과 인류의 등불을 밝혀야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설정 스님 취임 법회가 1일 오후 2시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렸다.
법회는 종정 진제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신도들,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회 불자모임인 정각회 회장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김희중 대주교 등 타종교 지도자들도 참석해 취임을 축하했다.
설정 신임 총무원장은 취임사에서 "불교인의 자존심은 불교인구가 몇명이냐는 숫자에서 오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부처님이 물려주신 상생과 화합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웃에 전하면 그 가르침이 넓고 깊이 퍼져나가 온 세상이 평화롭고 인류가 행복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종단내 갈등을 의식한 듯 "불교인들이 종도로서 그리고 불제자들이 독화살의 공방을 멈추고 다 같은 '일불제자(一佛弟子)'로서 긍지를 가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와 관련해 "대탕평책을 펼쳐 종단 내부에서부터 '다름'을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웃 종교계와 화합하며 우정을 다지는 일에 앞장 설 것"임을 천명했다.
스님은 "무엇보다도 수행가풍과 승풍을 진작하여 '불교를 불교답게' 만들고, 종단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종교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님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전국의 사찰은 이웃 주민들과 함께 일상과 문화예술을 가꾸는 공동체의 중심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정 스님
종단 현안에 대해서는 " 종단 재정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전근대적인 분담금 제도·정부 예산 지원 의존·문화재 관람료 문제 등에 진전된 대안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승려노후복지 시스템을 한층 발전시키고, 갈수록 역할이 커지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이 자질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종단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 진제스님은 축하법어에서 "진리의 도가 넓어지면 천자의 법령을 전할 것도 없고(道泰不傳天子令) 세상이 깨끗하고 깨끗한 시절에는 태평가를 부를 필요조차 없다(時淸休唱太平歌)"면서 "총무원장스님이 갈등과 분열을 참회와 포용으로 섭수(攝受)하여 원융 화합의 길로 나아가 새로운 천년불교의 초석을 놓아줄 것"을 당부했다.
타종교 지도자 대표로 축사를 한 김희중 대주교는 "종교인들에게는 우리가 사랑하고 보호해야만 하는 모든 피조물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전하며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 우리 민족을 위해 모든 종교인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설정 총무원장 스님께서 큰 역할을 하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설정스님은 법회가 끝난 후 우정국로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불자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천수경을 독경하는 것으로 취임행사를 마쳤다.
설정 스님은 1942년 충남 예산에서 출생했으며 종단개혁 법제위원장, 중앙종회 의장등을 거쳤으며 2009년 덕숭총림 수덕사 제4대 방장으로 추대됐다. 지난 12일 치러진 선거에서 임기 4년의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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