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폭력이 괴물을 만든다…11월 2일 개봉작 `폭력의 씨앗`
입력 2017-11-01 09:57  | 수정 2017-11-01 10:07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폭력의 씨앗'(11월 2일 개봉)은 그 끝없는 악무한을 보여주는 영화다. 군인들의 세계를 그리지만, 비단 군대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불의를 은폐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집단에서 길들여졌을 때, 과연 이것이 사회 전반에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서늘히 보여준다. 말하자면 미시에서 거시로의 이행. 이 영화는 올 하반기 주목해야 할 한국영화 중 하나다.
영화는 이제 막 외박을 나온 일병 주용(이가섭)의 하루 동안 이야기를 그린다. 부사관 심사를 앞둔 말년 병장 등 선임들과 나온지라 바깥 공기를 쐬면서도 그는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더군다나 이제 갖 전입한 이등병 필립(정재윤)이 곁에 있다. 필립은 '마음의 편지'(군부대 부조리 신고)를 썼다가 선임들에게 한 번 발각된 적이 있는데, 최근 누군가가 또 이 편지를 쓴 것이 병장 귀에 들어갔다. 이것을 알게 된 선임들은 주용과 필립 중 한 명이 당사자일 것으로 여긴다.
사건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건 필립의 치아가 부러지면서다.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우기다가 모텔에서 병장에게 구타를 당한 것이다. 이에 주용은 병장의 허락 하에 다친 필립을 데리고 인천에 있는 치과의사인 매형에게로 간다. 누나가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며 거짓말을 한 것인데, 외박 나온 동생을 보러 오기로 한 누나는 정작 오지 않는다. 전화도 계속 불통이다. 왜일까.
근무지를 이탈하면서까지 두 군인은 헌병을 피해 매형의 병원에 도착한다. 하지만 매형은 떨떠름한 태도이고, 필립의 치아도 마지 못해 치료해준다. 극중 사회인인 매형의 모습은 군부대 선임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묘사된다. 그의 말투와 표정은 은근히 고압적인데, 다른 점이라면 이미 전역을 했고 '다나까' 말투를 쓰지 않는 것 정도다. 영화는 주영의 시선을 통해 매형의 잇단 폭행에 시달리는 누나의 현실까지 드러내 보인다. 그러면서 이 사회에 만연한 남성들의 폭력성이 군부대를 경유해 증폭됨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무서운 건 그 다음이다. '마음의 편지'를 쓴 게 자신이 아니라고 내내 항변하던 필립이 점점 주영을 당사자로 몰고간다. 이때부터 영화는 더 참혹한 양상으로 치닫는다.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로 보이던 주영이 자신을 괴롭히는 선임들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오작동하는 군부대 내 인권 시스템, 일상에서 만연한 남성주의의 폭력성 등 이 영화가 보여주는 비판의 수위는 근래의 한국영화 중 상당히 센 편이다. 영화의 기능 중 하나가 사회의 치부를 비추는 거울이라면, '폭력의 씨앗'은 그 본령에 충실해 보인다.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향을 받은 듯한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의 활용이 돋보이는 영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대상·CGV아트하우스상을 받았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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