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건축 규제에 서울 富村 `리모델링 바람`
입력 2017-10-31 17:29  | 수정 2017-10-31 21:46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중 가장 규모가 큰 개포동 대치2단지 전경. [한주형 기자]
서울서만 28곳 1만여 가구 추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소유주들은 오는 18일 열리는 리모델링 준비 총회를 앞두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1992년 입주해 현재 1753가구인 이 아파트가 공사를 거쳐 2015가구(일반분양 262가구 예정)로 늘어나면 총가구수 기준으로 서울에서 가장 몸집이 큰 리모델링 단지가 된다.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통한 일반분양 예상 물량이 전체의 10%를 넘는 262가구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면 재건축보다 수익성·리스크 측면에서 낫다"며 "투자 목적으로 매수해 재건축을 원하는 소유자와 실거주 소유자들에게 리모델링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합은 현재 11개동·지상 15층·총 1753가구를 11개동·지상 18층·총 2015가구로 늘리겠다는 건축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 조합과 시공사(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는 11월 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으면 내년 3월께 건축심의 이후 공사 시작에 맞춰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에는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가 일반분양에 나선다. 강남 대치동 선경아파트 3차 리모델링 조합은 기존 54가구를 수직증축해 62가구로 늘려 이 중 8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재건축 논의가 오가는 인근 1·2차와 달리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틀어 2014년 조합을 만들었다.
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과 8·2 대책, 주택 대출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재건축 시장을 조이자 시장 관심이 리모델링으로 쏠린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분양가 상한제' 등 여러 규제가 겹치는 반면 리모델링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내력벽(건물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한 기본 벽)을 토대로 각 집의 면적·평면설계 등을 바꿔 짓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1일 기준 서울에서 28개 단지, 9542가구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9월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정한 성동구 '옥수 극동' 아파트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치2단지 바로 옆 대청아파트와 대치현대1차, 우성9차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고 서초 잠원동 한신로얄, 용산 동부이촌동 점보, 영등포 여의도 목화, 광진 워커힐아파트 등도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강남권을 비롯해 투자 인기지역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각종 재건축 규제 이후 실거주 소유자들이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업 방식을 선호하게 된 것이 작용했다. 개발호재와 직주근접 입지 등을 이유로 수요가 몰리는 지역은 시세 상승세가 뚜렷한데 리모델링은 매매가 자유롭기 때문에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고 사업 절차가 비교적 간소하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올해 3월께 전체 11개동이 안전진단 B등급을 받은 대치2단지의 경우 4월부터 10월 말까지 6000만원가량 가격이 뛰었다.
리모델링 가능 연한은 15년 이상으로 재건축(30년)보다 짧다. 사업 절차는 '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 순이다. 사업 지연이나 추가 분담금, 이주비 등 조합원이 치를 비용이 있지만 재건축보다 절대 비용은 낮다. 주로 1980~1990년대 지은 단지 중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면적의 비율)이 높은 중층(10~15층)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에 관심이 크다. 일반적으로 용적률이 높으면 재건축하더라도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사업성이 떨어진다. 다만 리모델링이 다른 지역으로 본격 확산될지는 유보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리모델링은 일반분양가를 3.3㎡당 최소 2000만원 이상으로 높게 잡을 수 있는 투자 인기 지역인 경우에 수익이 난다"며 "리모델링은 기존 주택 수에서 최대 15%, 3개층(14층 이하는 2개층, 15층 이상은 3개층)만 늘릴 수 있기 때문"라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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