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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부동산] "우리도 반포1처럼 해줘!"
입력 2017-10-31 17:29  | 수정 2017-10-31 21:47
현대건설이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에 이사비 7000만원, 스카이 커뮤니티 등 파격적인 조건이 등장하자 이와 유사한 재건축을 요구하는 조합들이 생겨나고 있다. 재건축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사비용 상한을 정하는 등 브레이크를 걸고 있지만 시공사를 선정한 곳도 "시공사 선정을 재고하겠다"며 엄포를 놔 건설사들이 '반포주공1단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의 승자인 현대건설의 경우 다른 공사현장 주민들 기대치도 한층 높아졌다. 실제 현대건설이 지난 4월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수주에 성공한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반포에는 해주는데 개포에는 안 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주민들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개포주공1단지 주민들 요구를 일부 수용해 설계변경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커뮤니티 시설을 보강하고 외관도 차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개포주공1단지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공사비만 1조원 가까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개포주공1단지는 5040가구 규모를 다시 지어 6642가구로 탈바꿈한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공사비는 1조6700억원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설계변경을 해도 개포주공1단지 공사비가 더 높게 책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현재 2090가구인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 후 5388가구가 된다. 공사비는 2조6000억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가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돈 되는 사업'이라기보다는 강남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에 '현대' 브랜드를 걸기 위한 상징성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반포주공1단지의 사업성만 놓고 보면 '적자' 가능성이 높고 현대건설의 다른 사업장 주민들의 민원 공세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압구정 재건축 수주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반포주공1단지와 같은 과열 수주 양상이 벌어지면 시공사의 수익성 담보는 힘들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김기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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