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위험천만…바이오株 `묻지마 투자` 경보
입력 2017-10-30 17:48  | 수정 2017-10-30 19:35
최근 코스닥시장 바이오업종을 중심으로 급등주를 무작정 추격매수하는 이른바 '상한가 따라잡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년간 적자가 누적된 기업이 단기성 호재와 수급 요인만으로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미래 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종목에도 '제2의 셀트리온'이라는 한마디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시장경보종목으로 지정하면 새로운 종목을 발굴해 이동에 나서자 금융당국도 속수무책이다.
30일 코스닥시장에서 항체의약품업체 앱클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상한가를 기록한 6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앱클론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67.99% 상승했다. 지난 11일과 24일 항체 관련 특허 2건 취득을 공시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날 장 마감 후 한국거래소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4128억원으로 코스닥 102위인 앱클론은 이날 네이버 인기검색 종목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달 주가가 급등한 신라젠이 시장에 남긴 학습효과라는 분석이다. 이번 달에만 주가가 49.88% 상승한 신라젠은 항암제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닥 시총 순위 3위까지 올라섰다. 신라젠과 앱클론은 수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또한 상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새내기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주가 기록이 없기 때문에 전 고점과 실적을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도 없다. 막연한 기대가 심리적 상한선이라는 제한도 없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바이오업종 전체 주가가 들썩이고 있지만 상당수 종목은 적자 기업이다. 이날 애니젠, 오스코텍, 알테오젠, 안트로젠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바이오니아와 펩트론은 최근 3개월 내 최고치다. 모두 올해 영업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이들 종목을 비롯해 32개 기업이 편입된 생물공학업종은 이날 3.76% 상승한 채 마감했다.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688.6배에 달한다. 적자 기업에는 PER가 기업 가치판단 지표로 사용 불가능한 상황이다.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PER가 너무 높아 가치 판단이 불가능하다. 이날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바이로메드와 제노포커스 PER는 각각 3921.62배와 126.15배에 달한다. 최근 3개월 내 최고가를 경신한 아미코젠도 273.55배다. PER가 이 정도로 높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말해 바이로메드 주주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만 3921년이 넘게 소요된다는 뜻이다.
이날 앱클론 게시판에는 '제2의 셀트리온' '제2의 신라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왔다. 이른바 '리딩(leading)'이라 불리는 추천 종목을 공유하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도 추격매수를 권유하고 매매 타이밍까지 지정해주고 있는 현실이다. 금융당국이 주가 변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시장경보종목으로 지정할 기미를 보이면 매도 후 새로운 종목을 발굴해 옮겨가는 특성을 보인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자 공매도 부담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20위권 내에 셀트리온, 바이로메드, 인트론바이오,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셀루메드, 내츄럴엔도텍, 신라젠 등이 포진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R&D 역량이 약한 중소형주보다는 임상시험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등 향후 전망이 개선되는 업종 내 대형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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