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러와 몽골 등 5개국의 국경을 초월해 전력망을 서로 연결시키는 '아시아 수퍼 그리드(ASG)' 사업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일본 신재생에너지재단(REI·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아시아 수퍼그리드-동북아시아를 위한 개념에서 현실까지'를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ASG 프로젝트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러시아와 몽골의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원을 국경을 넘어 지역 내 최대 전력 수요처인 한·중·일에 공급해 활용하자"고 제안해 4개국 정부 연구기관과 민간기업들 사이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ASG 프로젝트는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핵심 국가 간 연계사업으로 부상해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 일 때 손정의 회장을 만나 ASG의 필요성에 대해 깊은 교감을 나눈 바 있다. 이어 지난 9월 러시아 순방 때에는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에 다자안보체제까지 전망하는 큰 비전을 가지고 ASG 구축을 위한 협의를 제안한다"고 천명했다.
당초 ASG에 소극적이었던 중국도 해당 프로젝트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해 중국 국가전력망공사(SGCC)을 필두로 한국전력공사를 포함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 220여곳을 회원으로 '글로벌에너지 연결 개발 및 협력 기구(GEIDCO)'를 설립해 가동 중이다.
일본 REI재단과 GEIDCO, 한전, 북방경제협력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는 손 회장의 제안 이후 6년여가 흐른 현재 진행 중인 사업화 모델의 예비타당성 결과가 공개됐다.
GEIDCO의 수허 자오 일본사무소 수석대표는 "인천시과 중국 웨이하이시를 연결하는 데 366㎞의 송전선이, 부산시와 일본 마쓰에시에 460㎞ 송전시설이 필요하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국가 간 송전망을 통한 전력 비용이 특히 일본에서 더욱 저렴하게 나타나는 등 상업성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자오 수석대표는 "사업성은 확인되는 만큼 이를 추진할 조직이 필요하다"며 "각국의 규제 정비와 금융지원, 보조금 정책 등을 함께 풀어야 하는 만큼 조속 히 정부 간 기구를 설립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에너지 CEO이자 대표이자 손정의 회장의 최측근 인사인 미와 쉬게키 대표는 "우선적으로 몽골에서 생산되는 2기가와트의 풍력에너지를 한·중·일 간 ASG로 보내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제안했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국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역시 "한·중·일·러와 몽골 정상 간 공감대가 만들어지만 2기가와트급 사업을 추진하는 특수목적법인을 내년에 설립해 추진해야 한다"며 쉬게키 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 녹색성장비서관을 역임한 김상협 우리들의 미래 이사장(카이스트 초빙교수)는 "ASG는 단순한 국가 간 프로젝트가 아니라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업과 국가에 중대한 기회이자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ASG가 성공하면 나중에 북한도 사업 대상으로 초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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