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부른 뒤 접촉사고 음주운전자 `무죄→유죄`

대리기사를 부른 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주차 차량의 예열을 위해 시동을 걸다 실수로 변속기를 건드려 접촉 사고를 냈다고 주장하는 30대 여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는 29일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1)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차량의 변속기에는 실수에 의한 조작을 예방하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기어봉을 움직여야 하는 '쉬프트-락' 장치가 설치돼 있다"면서 "당시 가방에 의해 변속이 이뤄졌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라는 얘기인데 어떻게 차량이 움직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최근 제작된 차량은 기술의 발달로 예열이 권장되지 않고, A씨의 차량 설명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예열이 필요했다는 A씨의 주장은 사후에 가져다 붙인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 형이 확정됐다.

A씨는 지난해 9월 10일 밤 청주시 상당구 한 도로에서 뒤에 주차돼 있던 차량과 접촉 사고를 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83% 상태였고,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지난해 10월 31일 법원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A씨는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가방끈이 변속기에 걸려 차량이 후진했다는 주장이 석연치는 않지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음주 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청주 = 조한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