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27일 10개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한국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간사가 사회권을 넘겨받아 한국당 의원들이 빠진 채 진행을 강행했다. 국감 파행을 두고 여당은 한국당의 국감 불참을 구태행위이자 국회방기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방송정상화를 방송장악 음모라고 우기며 국감을 보이콧하는 한국당의 모습에 국민 실망과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며 "한국당의 국회 방기, 국감 포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추태"라고 비판하며 "자유한국당의 결정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모든 상임위 국감에 불참한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비상 의원총회를 개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원 보궐인사 선임을 규탄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민주주의의 공기인 언론을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자 정부에 대한 규탄"이라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에 대한 해임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전날 임명된 신임 방문진 이사에 대한 효럭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부터 의총을 시작한 한국당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떼우며 오후 늦은 시간까지 투쟁을 이어갔다. 오전중엔 국회 본관으로 몰려가 '방송장악 스톱'이란 팻말을 들고 마스크를 쓴채 침묵 시위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의총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직접 참석해 현재 상황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 후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한국당의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이 한국당 소속인 신상진 위원장의 직무대행을 맡아 진행됐다. 과방위 국감이 진행되던 같은 시각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국감에 참석했다면 방패 역할을 했을 한국당 의원들이 부재한 가운데 이날 국감장에서는 고 이사장을 향해 노골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고 이사장에게 '방문진 이사장직 재직 중 국정원장과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가 "국정원장은 전에도 애국 활동을 하던 분이라 잘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고영주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폄하한 것과 관련해 "고영주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고, 집권 이후에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이야기했는데 실제 적화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고영주 이사장은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이후)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적화되는 길로 갔을 것"이라며, "앞서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했고, 사드 배치도 안하겠다고 했지만 집권이후 다 바뀌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태준 기자 /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