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를 '매춘'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 등으로 표현한 책을 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60)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7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013년 출간된 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저자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교수가 고의적인 표현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시켰다고 판단했다. 특히 "박 교수는 책에선 단정적 표현을 써 독자 입장에선 마치 많은 위안부들이 경제적 대가를 받고 성매매를 했다거나 조선인들이 일본군에 협력해 전쟁을 수행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박 교수도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와 이를 알면서도 책을 써 피해자들에게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책이 특정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책의 서문에 '피해자들이 일본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표현을 보면 정부에 등록된 생존자 36명으로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교수는 학계 주류와 다른 시각에서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면서 일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러 고통을 주려 했던 것으로 보이진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위안부 피해자뿐 아니라 학문·표현의 자유도 보호받아야 한다"며 "박 교수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이는 토론과 반박을 통해 걸러져야 하지 형사 처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박 교수는 취재진과 만나 "아주 대담하고, (방대한 자료를) 거의 검토하지 않은 식견만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부 역시 다른 학자의 의견을 인용했을 뿐"이라며 "책을 쓰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이지 지금 살아서 활동하시는 할머님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은 '학문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며 지난 1월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 했다. 당시 재판부는 "학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틀린 의견도 보호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민사 재판에선 박 교수가 피해 할머니 9명에게 100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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