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0월 26일 뉴스초점-'폭력의 대물림' 이제 그만
입력 2017-10-26 20:17  | 수정 2017-10-26 21:07
2007년 초 추웠던 겨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맹호부대를 방문해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과거 본인이 군에 입대했을 때, 고참들이 하나같이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했었는데, 아들 건호씨를 군대 보냈을 때도 '그 고참들로부터 똑같은 말을 들었다'고요.

이렇게 군대가 계속 좋아졌다면, 사실 지금 군대는 파라다이스가 됐어야겠죠. 고참들 눈에만 좋아진 군대를, 노 전 대통령은 돌려 말했던 겁니다.
군대의 시계는 아직도 수십 년 전에 맞춰져 있다는 걸 웬만한 분들은 다 압니다.

그런데, 군대보다 더한 폭행이 의사들 사이에서 행해진다고 하죠.

부산대병원의 전공의 폭행 사건 얘깁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을 전공의들의 20%가 구타 등 신체적 학대를 당하고 10%는 성희롱을 당하고, 게다가 그 중 상당수는 교수나 상급 전공의 선배에게 당한다는 조사까지 나왔습니다.

왜 이렇게 많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폭행 사건으로 징계를 받아도 교수는 조금 있으면 다시 원래의 자기 자리에 서거든요. 그러니 자신을 신고한 제자에게 복수를 하는 건 당연지사, 그걸 보는 다른 전공의들은 피해를 당해도 알리긴커녕 자포자기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아마도 전공의들을 폭행하는 지도교수나 상급 전공의들은 자기 아이를 폭행하고, 억압해 뉴스에 나오는 부모들을 욕할 겁니다.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합니다. 남이 보기엔 자신들도, 그들과 똑같다는 것을요.

아버지란 이름으로 자식을 학대하는 것과 지도교수 또는 상급자란 이유로 아래 전공의들을 구타하는 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위의 폭력에 너무 둔감해져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에는 위아래, 강하고 약함이 따로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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